산자에게 묻는다

11. 스리랑카 글자_아꾸루(අකුරු)

by 기린

이 글은 한국국제협력단 파견 해외봉사단으로 활동했던 33년 전, 죽음을 이겨내고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며 활동 당시의 임지방문 등 15일 간 스리랑카 여정을 담는 글이다.(මෙම ලිපිය මගේ දින 15ක ශ්‍රී ලංකා සංචාරය ගැන වන අතර, මීට වසර 33කට පෙර කොරියානු ජාත්‍යන්තර සහයෝගිතා ඒජන්සියේ (KOICA) ස්වේච්ඡා සේවකයෙකු ලෙස මා සේවය කළ කාලය තුළ මගේ තනතුරට කළ සංචාරයක් ඇතුළුව, මා මරණය ජයගෙන ජීවත් වූ වසර පිළිබඳව ආපසු හැරී බලයි.)


이번 짧은 일정에도 수시로 방문한 함반토타 WDF


함반토타 WDF(Women Development Federation)은 33년 전과 변함없이 지역의 자영업(소상공인) 자로 활동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소액의 사업자금을 대출해주고 있고, 여전히 온통 대출금과 이자상환과 사고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마을 단위의 금고 운영 책임자와 사무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펼치고 있었다.


분명 월간, 혹은 년간 계획에 있다고 했지만 기업가정신 등 사업수행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인사, 노무, 재무, 회계 등 일반적인 교육의 범위가 넓지 않고, 사업을 수행하는 자들을 직접 대상으로 하지 못하고, 금고단위의 코디네이터 중심으로 교육을 하다 보니 실질적인 성과가 더디게 나타나는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소사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나, 이제 사업을 막 시작한 이들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봤지만, 사고지역 관리가 우선이고, 무엇보다 대출로 발생하는 이자소득 및 해외지원금을 활용한 작은 사업소득을 다시 다른 상업 은행에 저축하고 받게 되는 이자에 의해 본부와 지역 금고 근무자들의 급여와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JB(마을금고) 근무 직원들 교육현장에 33년 전 근무자로 초대되어 인사했다

WDF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일반 시중은행과 다른 차별화를 기본으로 '소액금융'의 본질을 잃지 않고 30년 넘게 성장한 조직이 언제까지 자영업자들의 높은 대출금/이자에 의해 살아가야 할지, 수없이 쏟아내는 교육과 훈련, 문제해결을 위한 미팅으로 제도의 안착과 WDF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지만, 그렇지만......,

겨우 일주일 정도의 짧은 일정 중 몇 차례 드나들며 살피며, 보이는 현상만으로 자칫 그릇된 생각을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33년 된 옛 봉사단원으로 짧게 인연을 맺은 어떤 이가, 그 누구보다 고향 함반토타를 WDF를 그리고 스리랑카를 너무나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을 담아 쏟아내는 걱정임을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믿으며,


아프게 담아낸다. 여전히 아니다. 아니 아니 아니다~~ 가난은 그대로 있고, 사람도 변하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인지~??? 변하지 않는 정부가 문제였고, 지도자가 문제였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러나 그들 또한 변하지 않았다. 함반토타 WDF는 여전히 너무나 바쁘고, WDF 모든 사람들은 조직보다 더 바쁘다.

JB 금고 직원들 대상_지역 변호사의 법률관련 교육 현장에 지난 일정에 초대되어 잠시 인사를 나눴다
함반토타 지역 금고인 JB BANK 아꾸루 표지판

스리랑카 아꾸루를 배우며 느낀 어려움과 그 의미


스리랑카의 싱할라 문자(අකුරු, Akuru)는 아꾸루를 배우는 일은 늘 복잡한 감정과 함께였다. 곡선이 겹겹이 얽힌 글자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안에 담긴 시간과 문화의 깊이가 먼저 느껴지고, 그만큼 외국인에게는 쉽지 않은 장벽처럼 다가온다. 현지인들조차 빠르게 쓰기 어려워하는 문자라니, 처음 접했을 때의 당혹감은 어쩌면 당연했다. 영어를 배울 때의 규칙성도, 일본어를 익힐 때의 리듬도 없었다. 마치 오래된 사원의 벽화 속에서 글자를 하나씩 떼어내 배우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도 흥미가 앞섰다. 버스 번호판을 읽을 수 있게 되고, 간판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게 되면서, 조금씩 이곳의 일상에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느꼈던 작은 성취감은, 이 복잡한 문자를 지켜온 사람들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졌다.


아쿠루는 그들에게 단순한 기록 수단이 아니라, 역사와 종교, 공동체의 기억을 이어온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 자부심을 알기에, 동시에 이 문자 때문에 디지털 전환이 더디고 행정 업무가 느려지는 현실을 마주할 때면 묘한 안타까움도 함께 남았다. WDF 직원들의 책상 위에 쌓여 있던 서류 더미, 컴퓨터 화면을 아직 낯설어하던 소도시 여성조직의 사무실 풍경이 그 감정을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그 순간마다 한글의 단순함과 효율성에 새삼 감사함을 느끼는 나 자신이 조금은 이기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며칠 뒤, 함반토타의 WDF를 다시 찾았을 때는 또 다른 고민들이 테이블 위에 올랐다. 조직이 독립적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한 방향, 앞으로 5년, 10년을 바라보는 마음, 그리고 문서 자동화나 템플릿 활용 같은 실질적인 운영 문제들까지. 기대와 걱정이 뒤섞인 표정 속에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가치들에 대한 애틋함도 함께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조직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갈 길을 잠시 함께 바라보았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자리를 떠날 때, 마음 한쪽에는 묵직한 응원과 조용한 숙제가 함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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