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여행, 깡패? 운전
이 글은 한국국제협력단 파견 해외봉사단으로 활동했던 33년 전, 죽음을 이겨내고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며 활동 당시의 임지방문 등 15일 간 스리랑카 여정을 담는 글이다.
이번 일정의 주요 행사 중 하나는 주말에 도착한 코워커이자 언니 같은 친구 Latha의 막내딸, 몬테소리 교사가 준비한 소풍이었다. 나는 선생님의 지인이자 Latha의 친구라는 다소 복잡한 자격으로, 고민할 것도 없이 몬테소리 꼬마들과 함께 소풍길에 올랐다. 그런데 소풍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스리랑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있다. 바로 랑카의 버스 기사들이다.
먼저, 버스기사에 대한 추억을 담고 흉을 좀 보는 것으로 시작해야겠다. 한때 나도 ‘운전이 취미냐’는 농담을 들을 만큼 차를 좋아했고, RV부터 세단까지 몇 번이나 차를 바꾸기도 했고, 어떤 해인가는 100미터도 걷지 않으려던 시절이 있었다. 운전 진심인 내게도 스리랑카 버스 기사들의 운전 솜씨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경지다. 산길을 날아다니고, 빽빽한 도심의 좁은 골목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며, 거대한 버스를 마치 작은 장난감처럼 다루는 모습은 볼 때마다 감탄을 자아냈었다. 이쯤 되면 스리랑카 아이들의 장래희망 1위가 ‘버스 기사’라는 사실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리 멋진 기사들의 직업정신을 '깡패 운전' '깡패 기사'라고 말하는 것은, 그 직을 폄훼하려는 뜻은 절대 아니고 그저 우스개 소리로 이해해 주기를 청하고자 함이다.
기사만큼이나 인상적인 건 버스 차장들이다. 어떻게 그 많은 승객의 얼굴을 기억하는지, 손아귀 가득 돈다발을 들고 버스 안을 누비며 정확하게 요금을 받는다. 한 편 버스 내부는 그 자체로 하나의 볼거리다. 알록달록한 조명, 기사석 주변 가득 채운 장식들, 그리고 승객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볼륨의 음악까지. 한 손에는 핸드폰, 다른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때로는 DJ 역할까지 하는 기사들의 모습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았다. 물론 달라진 것도 있다. 요금이 많이 올랐고, 하이웨이가 생겼고, 도로는 훨씬 좋아졌다. 장거리 이동은 럭셔리 버스 덕에 훨씬 수월해졌다. 새로 생긴 도로와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도 이전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좋아졌으니 콜롬보까지 가는 길이 또 얼마나 다를지 은근히 기대된다.
스리랑카 아이들이 왜 ‘운전기사’를 꿈꾸는지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 직업이 단순히 버스를 모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아이들에게 ‘큰 차’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힘의 상징이다. 자신보다 몇십 배 큰 물체가 내 손 하나로 움직인다는 상상은 강렬한 매력을 준다. “저 큰걸 내가 움직일 수 있어”, “사람들이 나를 보고 길을 비켜주는구나” 같은 감각은 아이들에게 자기 효능감을 선물한다. 또한 이동의 자유에 대한 갈망도 당연히 클 것이다. 아이들은 이동은 때론 돈이 없어서, 교통이 열악해서, 혹은 사회적 제약 때문에 그런 제한된 환경에서 운전기사는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나는 어디든 갈 수 있어”, “세상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라는 마음은 단순한 직업 선택을 넘어 자유에 대한 상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닐지?
그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기계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트럭, 버스, 굴착기 같은 큰 기계는 거의 마법처럼 보이고, 운전기사는 그 마법을 조종하는 사람이다. 자연스럽게 존경과 동경이 따라붙는다. 어쩌면 이 꿈은 환경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아이들이 그릴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자유의 형태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움직이는 세계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버스 기사라는 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이다.
몬테소리 선생님들의 자녀들도 함께한 소풍길은 유난히 활기차고 들뜬 분위기였다. 특히 동행한 소년들은 버스 기사 옆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중간 쉼터에 도착하자마자 저마다 운전기사가 되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못한 채, 빈 운전석을 차지해 보겠다며 서로 앞다투어 앉았다. 그리고는 꼭 멋진 기사라도 된 듯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어 달라고 청했다. 그 순간만큼은 아이들의 꿈이 아주 가까운 곳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꿈은 점점 더 명료해질 것이고, 먼 훗날 짧았지만 이방인과의 나눔도 기억하고 그 꿈 언저리에 잠시라도 실려있는 기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웰다잉 #웰빙 #웰에이징 #아름다운하늘소풍 #아하소풍 #ahasopoong #죽음준비 #괜찮은죽음 #인간의 존엄 #웰다잉을위한 웰빙의삶 #KOICA #kov #WFK #srilanka #hwdf #ko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