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뜻밖의 소식
우리가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늘 고민하는 ‘잘 사는 것(Well-being)’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과연 어디일까요? 그 도착지는 바로 ‘잘 죽는 것(Well-dying)’과 맞닿아 있습니다. 웰빙 없는 웰다잉을 실현하기 어렵듯, 웰다잉 없는 웰빙 역시 미완성에 불과합니다. 삶과 죽음은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오늘을 살아가는 삶의 태도가 결국 마지막 죽음의 모양을 빚어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이 사실을 잊은 채, 불쑥 찾아오는 ‘뜻밖의 소식’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곤 합니다.
최근 저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세 번의 이별을 겪으며 남겨진 자의 슬픔과 떠나는 자의 태도에 대해 깊이 사유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소식은 출판기념회를 앞두고 있던 아끼는 후배의 갑작스러운 부고였습니다. 그녀는 국제항공사 지상요원으로 시작해 창업가로, 또 누군가를 돕는 조력자로 열정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병마와 싸우는 고통 속에서도 끝내 책의 탈고를 마쳤고, 버킷리스트였던 조카의 미국 결혼식까지 다녀왔지만 출판을 눈앞에 두고 끝내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불과 2년 전,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며 저와 ‘하늘 소풍’의 의미를 깊이 나누었던 그녀였기에 안타까움은 더 컸습니다. 언젠가 떠날 길이니 미리 준비하자고 공감했던 그녀조차 너무나 갑작스럽게 곁을 떠나버렸고, 정리되지 않은 이별은 남겨진 이들의 하루를 한없이 무겁고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또 다른 부고는 어느 스물아홉 청년의 이야기입니다. 지인의 조카였던 그는 홀어머니와 힘든 터널을 지나 이제 막 삶의 재미를 알아가던 찰나, 근무 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무엇 하나 정리할 틈도, 마음을 준비할 시간도 허락되지 않은 뼈아픈 죽음이었습니다. 남겨진 가족들을 가장 절망하게 한 것은 단단하게 걸려 있는 스마트폰과 PC의 잠금장치, 그리고 수많은 비밀번호들이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의 흔적들 앞에서 가족은 단 하나의 기록조차 열어보지 못한 채 모든 것을 그대로 내려놓아야만 했습니다. 죽음 앞에서는 어떤 예외도, 순서도 없다는 잔인한 진실을 다시금 깨닫게 한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토록 무겁고 아픈 이별들 사이에서, 저에게 깊은 위로와 삶의 이정표를 남겨준 아름다운 이별도 있었습니다.
바로 30년 지기 친구의 ‘하늘 소풍’이었습니다. 그해 우리는 유난히 "얼굴 한 번 보자"는 말을 자주 나누었지만 번번이 약속이 미뤄졌고, 결국 살아서 다신 만나지 못한 채 친구의 소식을 들어야 했습니다. 처음엔 서운함이 일었지만, 이내 그 감정은 깊은 고마움과 존경심으로 바뀌었습니다. 친구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절망하기보다 하루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며 묵묵히 주변을 살피고 자신의 삶을 정돈했습니다. 가까운 지인들을 위해 손수 옷을 지어 선물했고, 마음에 품고 있던 미안한 일들을 꺼내어 진심으로 사과했으며, 꼭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찾아가 조용히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끝을 알고 미리 짐을 꾸린 친구의 태도는 죽음을 곁에 둔 사람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삶을 아름답게 완성해 나가는 구도자의 모습과 같았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슬픔보다 오히려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 세 번의 이별은 우리에게 명확한 진실을 일러줍니다. 떠나는 길에는 예외가 없으며, 중요한 것은 ‘언제’ 떠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떠나는가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죽음은 남겨진 이들에게 깊은 혼란과 아픔을 남기지만, 친구처럼 삶을 정돈하고 떠나는 준비된 죽음은 남은 이들에게 평안과 위로, 그리고 남은 삶을 더욱 의미 있게 살아갈 힘을 선물합니다.
어린 시절, 소풍 날짜가 정해지면 우리는 며칠 전부터 무엇을 입을지, 가방에 무엇을 챙길지 즐거운 마음으로 고민했습니다. 하늘 소풍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웰다잉은 다가올 죽음을 두려워하며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늘 나의 삶을 단정하게 정돈하고,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과 배려를 남기며 살아가는 가장 능동적이고 지혜로운 삶의 방식입니다. 우리는 결코 서두르지 않되, 차분하게 이 마지막 소풍을 준비하는 법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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