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하늘, 다른 하루

02. 같은 하늘, 두 개의 하루

by 기린

이 글은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 수행자로 한동안 팔레스타인을 드나들면서 경험한 일들을, 오랜 세월이 지나 '웰다잉을 위한 웰빙의 삶'을 전하는 몫으로 삶의 방향을 다잡아 가면서 다시 정리하는 글입니다.


같은 하늘, 전혀 다른 하루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다시 이스라엘........

조금은 다른 공기와 풍경, 저 멀리 구름은 같았지만 삶은 전혀 다른 이곳. 차로 몇 분을 달렸을 뿐이었다. 창밖의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장벽을 사이에 두고 맑지 않던 잿빛, 같은 하늘, 같은 햇빛, 같은 바람이었다. 그러나 도로 건너 엄청난 벽의 경계를 넘어선 그곳의 하루의 무게는 전혀 달라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지리적으로 가깝다 표기할 수 없을 정도의 장벽 하나만큼의 거리이다. 장벽은 도시 지역에서는 콘크리트 벽, 비도시 지역에서는 전자펜스형 장벽으로 구성되어 있고, 전체 규모는 총길이가 약 708~712km로, 그중 85%가 서안 내부를 따라 건설되어 팔레스타인 마을을 분리하고 있다고 한다. '천정 없는 감옥'은 이미 국제 인권단체, 학자, 언론, 유엔 보고서 인용문, 팔레스타인 주민 인터뷰 등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해 온 비유적 표현이라 하지만, 왜 아니겠는가? open‑air prison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그 현실을 우리는 이미 알았고, 그때도 지금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 2026. 1.14 -17일경 팔레스타인 관련 건으로 Board of Peace 관련 보도가 있었지만 그 내용 등은 따로 정리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다)

image.png (* 사진은 허락된 자들만이 촬영할 수 있는 상황이라 구글의 열려있는 자료에서 얻어왔다)


국경선을 지도 위의 선 하나로 구분되지만, 그 선을 넘는 순간 사람들의 하루는 다른 규칙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은 일자리가 널려있다는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임금과 노동의 가치는 비교가 안된다 했다. 그러나, 그 사정마저 비교할 가치도 없다 했었다. 어떤 곳에서는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다른 한 곳에서는 검문소 상황에 따라 하루의 시작과 끝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 했다. 또 어떤 곳에서는 내일의 계획을 이야기하고, 다른 한 곳에서는 오늘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한다고 했다.


불평등은 이렇게 시작된다. 거창한 숫자나 통계 이전에, 하루를 예측할 수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로.


팔레스타인의 그리 길지 않은 몇 번의 일정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가 그곳 사람들의 태도였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비관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했고, 일상을 살아가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담담함 뒤에는 조심스러움이 있었다. 그들은 말을 아끼고, 계획을 크게 세우지 않고, 기대치를 낮추는 법을 알고 있었다. 처음엔 개인의 성격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성향이 아니라 환경이 만든 태도라는 걸 깨달았다. 불확실성이 일상인 곳에서 사람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 조심스러움은 체념이 아니라 생존 방식이었고, 동시에 삶을 이어가기 위한 강인 함이기도 했다. 스스로를 보호하는 기술이기도 하고, 동시에 현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증거라고 여겨지기도 했다.


우리는 흔히 말한다. 노력하면 달라질 수 있다고.

그러나 어떤 사회에서는 노력의 방향조차 선택할 수 없다.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날 나는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다른 질문을 하게 되었다.


‘누가 더 잘 사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예측 가능한 삶을 사는가’를. 예측 가능한 삶은 단순히 편안함의 문제가 아니다.

예측 가능하다는 것은 내일을 상상할 수 있다는 뜻이고,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은 삶을 계획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삶을 계획할 수 없는 상태는 존엄을 조금씩 갉아먹는다는 것을 우리는 인지하고 있지 않은가?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우리는 종종 존엄을 마음가짐이나 태도의 문제로 이야기한다.


그날 이후 생각은 너무 많이 달라졌다. 존엄은 개인의 내면에서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삶을 떠받치는 조건 위에서 유지된다는 것을, 같은 하늘 아래 있었지만 모두에게 같은 하루가 주어지지는 않았다는 것,

그 사실은 불편했지만, 절대 외면할 수 없었다. 한참을 돌아 서울에 돌아와서도 자주 생각하게 된 부분이다.


내 하루는 얼마나 예측 가능한가. 그리고 그 예측 가능성은 나의 노력 때문인지, 처해지는 환경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이미 주어진 조건 덕분인지. 끊임없이 반복하며 묻게 되는 이 질문은 우리가 너무 쉽게 당연하게 여겨온 ‘평범한 하루’의 가치를 어떻게 여기고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따라 너무나 큰 차이가 있고,

'평범한 하루' 그 가치를 다시 바라보기 위한 질문이다. 다만, 하루의 가치는 특별한 순간에 드러나지 않는다.


하루의 가치는 반복되는 하루 속에 조용히 유지되곤 한다.

그 하루가 자신들의 의지와 무관한 상황에서는 조용히 무너진다. 오늘 내 하루의 가치는 과연 어떠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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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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