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사회생활에 대한 관여는 어디까지
아이를 유치원서틀에 태워보내고 집에 앉은지 얼마되지 않아 아이의 같은 동네 미술학원에 같은 시간에 다니는 여자아이(A)의 아버지로부터 전화통화가 가능하냐는 연락이 왔다.
A는 아이와 유치원에서는 다른 반이다.
이 동네로 이사오면서 동네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화요일반에 같은 유치원반 친구가 2명이나 있었지만, 2명은 우리가 이동네로 이사오기 전부터 친해보였다. 그래서 중간에 끼기도 그렇고, 아이도 목요일 반에 한번 보충을 가보더니 A가 있는 목요일반이 좋다며 옮겨달라고 1달을 조르길래 미술선생님께 허락을 구해서 목요일반으로 옮겼다.
목요일반으로 옮긴 아이는 행복해보였다. A와 함께 놀이터에서 30분정도 놀다가 집에 들어갔는데, 주로 A의 아버지가 (젊다) A를 데리러 왔다.
30분간 놀이터에서 함께 앉아있으면서 이것저것 이야기하게 된다. 범상치 않은 학부모라 생각했는데, 오늘 오전 전화통화가 가능하냐고 연락이 온 것이다.
전화통화를 시작하고,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해서 오랫만이라고 인사를 했는데, 그 말을 자르더니 다짜고짜 서론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A가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한다, A가 핑크색 옷을 안입으려고 엄청 떼를 부린다... 등등이었다. 그 말을 왜 할까 싶었는데, 미술학원 화요일반인 여자아이 B 이름이 튀어나온다.
"B가요, 제 아이를 계속해서 말로 괴롭혀왔더라구요"
"네?? 왜요?"
"제가 지금 너무 황당해가지고 변호사를 데리고 유치원에 가려다가 참았어요"
"무슨일이신데요, B가 A를 어떻게 괴롭히다는 거죠?" (나도 놀람)
"말로 핑크색 옷을 입었다고 괴롭혔데요"
"네?? 아.. 저는 저희 아이가 A한테 헤꼬지한줄알고 놀랐네요.."
"아 그게, 어머니 아이도 연관되어있어요"라고 A의 아버지가 말한다.
"네?? 저희 아이가요? 어떻게요?"
"B가 저희 아이를 말로 괴롭히면, 같이 동조해서 함께 놀리나보더라구요"
"아... B가 좀 왈가닥이긴하죠.. 저희 아이도 B가 몇번 상처주는말해서 저한테 이른적도 있긴해요... 하지만 B의 어머니가 워낙에 좋으셔서 항상 조심하라고 B한테 주의도 주고 그래요"
그러면서 A의 아버지가 하는 말이 나를 띵때리게 했다.
"이게 다 어머니 아이가 미술학원시간을 바꾸면서부터 시작된것같아요. 저는 예전에 B이름을 들어본적도 없는데, B가 저희 아이와 어머니 아이가 친한 걸 질투해서, 저희 아이를 괴롭히는것같아요"
"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이것은 7살 어린이들의 치정싸움인가..
처음에는 A의 아버지와 안면이 있으니, 무엇을 도와줄것이 없는지 잘 들었는데, 더 이상 들을 가치가 없었다.
"아이들은 유치원생이고, 그런식으로 문제라고 낙인찍는건 아닌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 아이때문에 질투를 해서 아버지 아이를 괴롭히기 시작했다는 건 아버님의 생각인거지 사실이라고 볼 수 없구요"
"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저도 이게 저만의 생각이라는 거 알고 있고 제가 그렇게 예민한 사람도 아니고, 한번도 유치원에 컴플레인을 한적이 없지만, 이 건으로 너무 화가나서 유치원에 방금 전화해서 따졌습니다. 그리고 미술학원에도 전화해서 저희 아이와 어머니 아이가 잘 지내는지에 대해서 물어보았는데, 둘이 있을때는 문제 없다고 미술학원에서 이야기하더라구요. 그래서, 저희 아이 미술학원 시간을 바꿀 예정입니다"
음.. 말일까 막걸리일까..
더 이상 친절하고 싶지 않았다.
"저희 아이는 월화수 태권도 다녀서 바꿀수없으니, 아버님이 시간을 바꿔보시는것도 좋을 것같아요.저희 아이에게는 주의를 주도록 하겠습니다"
마무리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기분이 좋지 않다. 남편에게 전화해서 상황을 전하며 나도 흥분했다. 그렇게 아이에게 일 생길때마다 변호사 고용하면, 파산하겠네!"
육아 선배인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생은 A의 아버지가 정말 이상하다고 했다. 아이들이 앞으로 그런일을 얼마나 수도 없이 겪을까..그럴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아이가 그 상황에 면역이 생기도록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본인이 그 상황을 헤쳐나가게 하는 수밖에 없다. (폭력이라면 다른 문제고,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 넘어가면 다른 문제이긴하지만 말이다..)
이 일련의 사건은 3년전 이전 동네에서 친하게 지냈던 '그 엄마'를 떠올리게 했다.
둘째를 가지기위해서 난임시술을 하고, 처음 피검사를 받고 임신 판정을 받았던 날, 4명의 동네엄마를 함께 만났는데 그 중 한 엄마가 밤9시 넘어서 나에게 전화를 해서는 다짜고짜, 내가 자기 아들을 혼냈다는 말도 안되는 (그 자리 증인들이 다 있다) 이야기를 했고, 나는 그 전화를 받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다음 주 피검사에서 뱃속의 아이가 위태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결론은 뱃속의 아이는 결국 심장이 멎었다.
그 동네엄마도 자기 4살짜리 자기 아들의 말을 듣고 나한테 전화해서 따진 것이다. 내가 목소리가 크고, 우리 아이보다 말을 잘하는 그 아이에게, 우리 아이가 울고 있길래 무슨일이냐고 물어본것이었는데, 그 아이는 그게 나한테 혼난걸로 생각을 한 것이다.
그때의 결론은, 동네 아줌마들과 앞으로 절대 마음을 주고 받지 말자였는데, 이 동네 이사와서 아줌마가 아닌 아저씨와 말을 섞어버렸다.
역시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다.
이 동네 아줌마들은 다 이상하다고 싸잡아서 욕할때부터 알아봤어야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