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어놓을걸그랬다.
오늘 저녁 윗집 아이가 놀러왔고, 아이 둘은 함께 그림을 그리겠다고 해서 물감과 팔렛트를 꺼내주었다. 우당도서관에서 빌려온 파친코 2를 흥미롭게 읽고 있는데 거실에서 와장창 소리가 난다. 얼른 나가보니 연필깎이가 떨어져서 온 사방에 연필에서 나온 가루가 퍼졌다. 청소기와 물티슈로 수습하고 잠시 책을 읽은 후 불고기 요리를 시작했다.
"밥 먹고 갈래?"
"네!"
썰고 볶고 있는데 아이들이 깔깔 거리고 웃는다. 식탁에 물감이 잔뜩 들어있는 물통 세개를 다 쏟았다. 실수였던것같다. 그와 동시에 식탁위에 올려두었던 티팟이 떨어지며 바닥에서 와장창 깨진다. 유리 파편이 많이 튄것같아 아이들을 세면대쪽으로 피신시키고 깨진유리를 수습하고, 식탁에 쏟긴 물감물을 정리하고 있는데 하얀색 벽에 튄 물감을 아이가 쓱쓱 휴지로 닦는다.
"야!" 순간 튀어나왔다. 하얀색 벽은 군데군데 이미 초록색으로 물들었다.
윗층 아이가 갑자기 세면대 위에 있는 수건에 물을 잔뜩 묻혀 바닥을 열심히 닦고 있다. 그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피식나오면서 "박태윤도 빨리 바닥 닦아"하며 아이에게 엄한 목소리를 냈다. 옷에 물감이 다 튀어서 엉망이 되었는데 아이들은 마냥신난다. 유리가 깨지지만 않았어도 대참사의 수습은 아이들에게 시키는건데..
그나저나 아이를 재우고 빨리 파친코 2를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