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우리에게 선물을 주고

매일제주 80일차

by 꿈꾸는 유목민

어젯밤 늦게까지 논 우리들은 오전 8시가 훨씬 넘어서야 일어났다. 일어나서 밥을 다 먹고 준비를 하고 보니 동네 친구들은 이른아침 벌써 나갔거나, 약속이 있다. 아이 아빠가 직장동료에게 코로나가 옮은 듯하여 이번주 육지에서 오지 못하니 영락없이 이번주도 독박육아다. 책도 읽고 독서감상평도 써야하고, 책의 목차도 다시 잡아야하는데 큰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제주도에서의 봄날을 그냥 보낼 수 없다.

오랫만에 아이와 둘이 데이트를 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 마침 산딸기가 지천에 널린 곳이 있다고 한 정보를 듣고 동쪽으로 산딸기를 따러갔다. 산딸기를 너무 좋아하는 아이는 육지에서 매일 매일 냉동 산딸기를 간식으로 먹었다. 산딸기를 따러가자고 했더니 평소에는 따라나서지 않겠다고 버티던 아이의 엉덩이가 가볍다. 1시간 걸리는 거리에 아이는 뒤에서 책을 보고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금방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산딸기 사냥이 시작되었다. 사람도 거의 없고, 새소리도 좋고, 햇살도 좋고, 덥지도 않은 환상적인 날이었다. 아이와 산딸기를 따고 먹고, 앉아서 쉬면서 빵에 산딸기를 넣어서 먹기도 하고,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모두 힘차게 인사도 드렸다. 다시 내려오는 길에 산딸기 사진을 찍으니 아이가

"엄마, 이 사진에다가 필사해, 필사" 라고 한다.

"아! 그래 좋은 생각이다! 그런데 넌 필사가 뭔지 알고 있어?"

"적는거"

"그래 맞아.. 적는거야. 엄마가 책을 읽다가 엄마가 좋아하는 문장이 나오면 따라서 적는거야. 그게 필사야."라고 한참을 설명하자마자 아이가 번개파워 흉내를 내며

"필사~~알기~"라고 한다


제주도에서 아이와 함께 걸을 때면 항상 재미있고 행복하다. 엄마는 태윤이랑 웃으면서 걸을때가 가장 행복해~ 라고 이야기해 주었는데, 본인은 친구들이랑 놀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혹은 그 행복의 느낌을 잘 느끼지 못하는 듯도 하다.

차로 다시 돌아가는 길에, 산딸기 큰 걸 하나 발견한 아이가 반을 잘라서 나의 입에, 자기 입에 쏙 넣으면서 좋아한다.

"태윤아~ 이런게 행복한거야. 너 지금 행복하지?"

"응!"


자연은 우리에게 너무도 많은 선물을 준다. 솔직히 제주도에 내려오기전에는 몰랐다. 시장을 보고, 식자재로 음식을 해 먹으면서도 자연이 그것을 우리에게 준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곳에서는 물밭, 땅밭에서 나는 모든 자연에서 주는 것들을 실제로 느끼고 있다. 들판에서 딴 고사리, 숲길에서 딴 산딸기, 자연에서 체취한 아이 얼굴만한 표고버섯 (이건 받았다)

다음에는 자연이 어떤 선물을 줄지 설레이기까지 한다.


산딸기를 따기전에 아이에게 계속 이야기해주었다.

"자연은 우리한테 엄청난 선물을 주지.. 우리 자연에게 감사해하면서 산딸기를 따자.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딱 먹을 만큼만. 그리고 자연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하자"

산딸기를 따다가 하나를 바닥에 떨어뜨리자

"엄마, 산딸기한테 떨어뜨려서 미안하다고 사과해" 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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