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나를 깨웠네
크리스마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설레이는 날이다. 특히 연인들과 아이들에게는 더 없이 기대되고, 1년을 이 날을 위해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건 서구의 문물과 함께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감성과 강요된 생각일 수 있다는 걸 문득 깨닫게 된다.
웩미업을 보고 깨어나서 드는 나의 어린시절 크리스마스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우리집은 가난했고, 부모님은 화목하지 않았고, 아이의 생일 뿐 아니라 크리스마스를 아이에게 선물할 여유조차 없는 집이었다. 크리스마스에 산타가 없다는 걸 많은 아이들이 깨닫기 훨씬 전부터 나와 내 동생은 크리스마스를, 산타클로스를 믿지 않았다. 믿는 척 해봤지만 부모님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반면 바로 근처에 사는 사촌동생들은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강렬하게 믿고 있었다. 그 당시에 바비인형과 레고를 선물 받는 아이들이었다. 심술이 났다. 왜 우리 아빠는 우리 아빠고, 고모와 고모부는 쟤네 부모님일까. 소공녀를 보며 크리스마스를 선물하는 부자인 부모님이 어딘가에서 짠하고 나타나는 날이 올거라는 걸 믿는, 아이였다.
산타클로스를 믿게 해 주는게 동심인건가, 아니면 우리는 소비중심의 사회에서 자본주의의 대장들에게 속고 있는 것일까. 아이를 낳고 크리스마스와 산타라는 존재를 아이가 모를 때부터 산타를 믿게 해주어야 한다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문득 깨닫게 된다.
어쨌든 크리스마스라는 날이 포함되어 있는 겨울이라는 계절은 그러고보면 나에게 달가운 존재는 아니었다. 아마도 항상 추운집에서 벌벌 떨면서 지내고, 1주일에 한 번 주말에 추운 바람을 맞으며 걸어서 대중목욕탕을 다녀야 하는 기억이 나에게 깊숙히 박혀버린 이유일테다.
그럼에도 wake me up 잡지를 보며, 크리스마스와 겨울이라는 계절을 다르게 보게 된다. 이번 겨울에는 정말 소중한 사람들에게 편지를 써볼까? 맛있는 간식을 나를 위해서 우리 가족을 위해서 준비해볼까? 소중한 누구를 생각하며 선물을 사는 상상을 해 볼까? 겨울인데 내 마음이 간질간질 아지랭이가 피어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