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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목민 Apr 08. 2024

고음불가

매일제주 D+775

"엄마 음치야?"

"아니, 엄마는 음치는 아니고 고음불가야. 엄마가 아기때 백일동안 기침을 해서 목소리가 허스키해졌거든..."

"엄마 고음불가 아닌데, 엄마 소리지를때 고음할 수 있잖아"

"응????"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요즘 다시 명언을 제조한다. 유치원다닐때 엄마가 소리지를 때 좀 까마귀 같았다고 하더니 좀 커서는 소리지르는고음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나를 놀리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아이에게는 진짜 내가 고음을 낼 수 있는 사람으로 보였나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고음불가여서 교회 합창단에서 아이들과 사모님앞에서 오디션을 볼 때 삑사리를 냈다. 노래를 못하는 게 왠지 죄를 짓는 느낌이라서 교회에 가면 항상 기가 죽어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노래를 억지로 부르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노래방이라는 곳을 가야했기에 그것또한 곤욕이었다. 싱가폴에 취업을 했을 때 노래방문화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해서 좋았는데 거기에 있는 중국인들은 회식을 노래방에서 했다. 남편과 결혼하고 노래방에 갈일이 없다. 남편은 어린시절 성당에서 합창단원이라고 했는데, 노래방에 가는 즐겨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노래 수준을 결혼한지 십수년이 지났는데도 알지 못한다. 


아이가 노래를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 1, 2학년 때 합창동아리에 넣었다. 합창공연을 할때 립싱크를 잘하는 걸 목격했다. 이번에 사설 합창단에 넣으면서도 내심 우리 아이는 노래를 잘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넣었는데, 유치원때부터 신나게 소리를 지르며 다니던 아이는 내내 목이 쉬어있어 노래할때 삑사리가 계속 난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올해 3월부터 시작한 합창단에서 지난주 토요일에 학부모 참관수업을 했다. 하나의 노래를 아이들과 함께 알토 소프라노로 나누어서 부르는 시간이었다. 엄마가 억지로 합창단에 넣었는데, 아이는 이제 너무 즐겁고 재미있게 다니고 있다. 노래를 못부르고 잘 부르고의 기준은 모르겠다. 그냥 아이가 즐길 수 있으면, 나처럼 노래를 못불러 죄인인것처럼 풀죽어 지내지만 않으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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