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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목민 Feb 03. 2024

치앙마이 부자여행가기 전

엄마는 자유부인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겨울방학이 두 달이다. 그만큼 나의 고민이 깊어졌는데 복직하자마자 퇴사를 결정했던 나는 아이의 방학을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무엇보다 육아휴직중인 남편이 있었기에 믿는 구석이 있기도 했고. 방학전에 치앙마이를 다녀올까, 아니면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에서 2달 연수를 다녀올까 하다가, 막상 알아보려고하니 또 벽에 부딪힌다. 스위스여행 다녀온지 얼마안되었으니 그냥 자중하자. 라는 생각으로 흘러가는데로 두었다. 


남편은 6월 복직 전 유럽가족여행을 한 번 더 다녀오고싶다고 했다. 유럽이야 아직 가고 싶은 곳이 차고 남쳤지만 스위스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기에 알겠다고 하고 말았다. 그러다가 오키나와에 있는 고래상어를 보러가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아이에게 오키나와 여행준비를 해보라고했다. 유튜브를 보며 숙소, 관광지를 야무지게 찾는 아이를 보며 정말 가야하나? 하며 비행기표를 알아보다 그만두었다. 제주에서 가는 직항이 없기도 하고, 비행기표 찾는것에서부터 벽에 부딪혔다. 여동생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조카와 함께 치앙마이에 간다고 연락을 해왔다. 예전에 같이가자했는데, 그때는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치앙마이에 간다는 여동생, 그리고 인스타이웃도 비슷하게 치앙마이로 가족여행을 가는 피드를 봤다. 가야겠다.


그런데 2월에 벌려놓은 일이 너무 많았다. 책 기획도 해야하고, 원고도 써야하고, 텀블벅 펀딩도 준비해야하고, 강의도 해야하고, 동네책방 북토크 투어도 해야했다. 안되겠다. 남편과 아이만 보내야지. 


"태윤이와 둘이 치앙마이 다녀올래?"

남편이 흔쾌히 그러겠다고 한다. 


여행준비에 대한 고민이 남편에게 옮겨졌다. 내가 참여하는 여행이라면 남편에게 스위스여행의 시작이 그랬듯이 왜 당신은 준비하지 않느냐고 계속 닥달하며, 내가 비행기표에서부터 숙소, 먹을거리 놀거리를 다 챙기고 있었을것이다. 이번에 나는 아무 관여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갈 날이 다가오는데도 남편이 비행기표를 끊지 않았다. 그것도 그냥 뒀다. 가고 싶으면 알아서 하겠지. 본인이 보호자이니까 보호자의 역할을 하면 되지... 그렇게 남편은 비행기표도 끊고, 숙소도 몇 군데 예약을 했다. 예전에 출장으로 다녀온 곳이라 다 안다고 하면서.. (그 다 안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 남편은 항상 자신의 파놓은 안다는 함정에 빠지곤한다)


치앙마이에 있는 동생이 매일 올리는 블로그 글을 보는데, 한국 아주머니가 아이를 잃어버려서 휴대폰에 있는 아이 사진을 보여주며 찾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결국에 아이를 찾았는데 그날 그 엄마는 잠을 이루지 못했을거라며 염려하는 글이었다. 순간 걱정병이 도졌다. 우리 가족 셋이 여행을 가서 걸을 때면 남편은 항상 조선시대 남자처럼 혼자 저 만치 앞장서서 걸었다. 내가 "저기요 아저씨! 혼자 오셨나봐요!"라고 소리쳤더니 옆에서 아이가 깔깔대고 웃으며 그 이후부터는 아이가 신나서 그대로 따라했다. 내가 아이와 있을 때는 괜찮은데 만약 남편과 둘이라면? 아찔했다. 남편에게 일단 주의를 줬다. "꼭 손잡고 다녀줘. 그리고 혼자 앞서서 걷지 말고..." 남편은 본인은 그런적이 없다고 했다. 그게 더 걱정이다. 매번 그러면서 그런적이 없다니...하지만 그런 모습도 이제는 인정을 한다. 그러면? 남편에게 말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뜻.. 


실은 남편에게 말하기 전에 아이에게 먼저 이야기를 해 두었다. "해외는 한국이랑 달라.. 아빠 손 꼭 잡고, 아빠한테 항상 같이 가자고 해.. 그리고 만약에 아빠가 사라지면, 움직이지말고 그 자리에 서있어. 너를 찾으러  오는 아빠와 길이 어긋나지 않게.." 수연이 이모가 만났던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아이의 표정이 제법 진지하다. 다행이다. 알아들어서. 


어젯밤 치앙마이에 있는 동생이 한가지 팁을 더 줬다. "언니, 부모를 잃어버렸을 때는 무조건 아이랑 함께 있는 아줌마한테 도움을 요청하라고해" 

그리고 오늘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침대에 누워 아이를 꼭 끓어안으며 아빠와 아이가 떠나는 여행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어제 여동생이 알려준데로 아이에게 말했다. "만약 아빠를 잃어버리면, 엄마처럼 아이가 있는 아줌마에게 가서 도움을 청해야해" 아이가 갑자기 울먹이며 말한다.

"엄마, 아줌마 아니야"

"응? 하하하하하. 엄마 아줌마 아니야? 엄마 아줌마 맞아.. 아줌마는 결혼하고 아이가 있는 여자사람을 아줌마라고 하는거야.." 

아이에게 있어 아줌마라는 의미는 부정적인 의미일까?

그러고보니 1년전 편의점 앞에서 어떤 무례한 아저씨가 "아줌마! 여기에 차 대지 마세요!"라고 해서 기분나뻤던 적이 있는데, 아줌마라는 의미는 어떻게 불리느냐에따라 기분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는 듯하다. 


암튼 아이와 남편은 내일 아침 떠난다. 

몇 개월동안 혼자 집안일을 도맡아오고 식사준비를 했던 남편의 걱정이 늘어진다. 

"재활용 다 비워뒀고, 아침 쥬스는 당근 4분의 1, 사과 4분의 1, 양배추는 적당이 넣어서 갈아 먹으면되"

"알겠어.." 나는 자신없이 대답한다.

"근데 당신 세탁기는 돌릴 줄 알아?"

"나를 뭘로 보고!"라고 했으나....순간.. 어떻게 돌리더라? 에잇,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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