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혀버렸다
달성하고자 하는 모든 시도를 진심으로 멈추고 목표로 삼지 않아야만 도달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얘기다. 간단히 말해 편하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상대를 유혹할 때 대놓고 노력하는 사람만큼 매력 없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너무 직접적인 태도에는 자연스러움이나 상상이 머무를 여지가 없다. 노력하면 실패하게 되어 있다. 시작하기도 전에 실패하는 격이다. 분명한 건, 누군가 자신을 좋아하도록 만들겠다고 노력하다보면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아도 어설퍼진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해보다. 얕은 수 따위 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기뻐하고,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상대방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유혹이란 노력도 목표도 없어야 성공하는 기술이다. -노력의 기쁨과 슬픔 (page 9)
여행의 기록을 가벼운 마음으로 쓰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의 매일 기록에 그날 그날의 나의 이야기를 적어나가고 싶었다. 그날 있었던 일, 아이의 여행, 남편에 대한 미움, 감사함... 하루에 한 편 30일만 쓰자고 시작했다. 독립출판 수업을 두번째로 들으며 이번에는 나의 소장용으로 책을 내자고 생각했다. 서울에 가서 출판사 대표님을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여행의 기록은 기록 시리즈로해서 기획출간으로 하자고 하셨다. 원고가 얼마나 되어있냐고 말씀하셔서 아직 기획중이라고 하고 다른 일에 떠밀려서 계속 마음속에서만 글을 여러번 기획하고 지우고를 반복했다. 진전이 나지 않자 큰맘 먹고 목차를 마구 적고 초고를 날려서 쓰기 시작했다. 단기간내에 70%의 원고가 완성되었다. 몰입하면서도 즐거웠다. 글을 쓰는 날은 힘들지만 완성된 글의 퍼센트를 보니 뿌듯했다. 새벽 2시에 눈이 떠진 어느 날 기획서와 원고를 대표님께 보냈다. 다음날 아침 답변을 쓰신 대표님의 이메일은 항상 그렇듯이 출판사가 어렵다는 말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편집자를 붙여주시겠다고 하셨다. 상반기내에 원고가 완성되면 출판사 사정을 보고 하반기에 계획을 할 수 있다는 말씀이셨다. 일단 상반기까지 초고를 완성하는 걸 목표로 삼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날 오후 바로 대표님께 카톡이 왔다. 원고를 읽어봤는데 술술 읽히고 재미있다고 말씀해주셨다. 그것보다 더한 찬사는 없다고 생각했다. 편집자에게도 원고를 넘기셨다고 했다. 초고이기에 더 많이 다듬어야하고 목차도 편집자와 다듬어나갈일에 설레였다. 얼른 20퍼센트를 완성해야지..라고 의욕 뿜뿜이 되었다.
4월의 마지막 날 대표님께 메일이 다시 왔다. 출판사가 어렵다는 말씀과 함께 시작하셨다. 여행의 사진과 인스타릴스를 봐온 본인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걸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여행에 대한 계획과 정보를 이야기하고 싶냐, 좌충우돌 여행기를 쓰고 싶냐는 말씀이셨는데.. 좌충우돌 여행기라면 극적인 이야기가 들어가야한다고 하셨다. '새로운가, 필요한가, 독자로서 읽고 싶은가' 이 기준으로 책을 만든다고 다시한번 강조하셨다. 내가 기획서에 적은 컨셉을 보고 독자가 이 책을 살까?가 고민이 되신다고 하셨다.
"작가님이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 왜 독자는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 조금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봐주셨으면 해요."
맞는 말씀이다. 내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글은 재미있게 잘 써졌지만 읽는 독자는 새로운가, 필요한가, 독자로서 읽고 싶은가.. 가 들어가야 한다.
오늘부터 스불축1기 멤버들이 새벽에 줌에서 모여 원고를 쓰기로했다. (알람을 안맞추고자서 30분늦게 줌을 열었다..) 정신없이 앉아서 그런것도 있지만 한 줄도 써내려갈 수 없었다. 썼다지웠다를 반복했다. 대표님의 칭찬을 들었을때는 글이 모두 반짝반짝해보이더니, 그 반대가 되니까 글의 내용이 형편없어졌다.
이 꼭지글을 쓰다가, 저 꼭지글을 썼다가, 또 다른 꼭지글을 시작하려고 했다.
안써진다......
책꽂이를 보니 '노력의 기쁨과 슬픔'이 있다. 그곳에 담긴 메시지를 읽으며 '간단히 말해 편하게 하면 된다'라는 말에 위안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