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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목민 May 26. 2024

글쓰려고 베트남에 오다니

작년 12월에 모집한 책쓰기 멤버들의 책쓰기가 각자의 사정에 의해 계속 미뤄지고 있었다. 베트남에서 제주 방문하는 멤버분의 스케줄에 따라 5명의 스불축 (스스로 불러온 축복) 멤버들이 제주에 모였다. 그 전에 스불축 멤버 중 한명은 제주에 와서 3박 4일동안 나와 글을 쓰러 다녔다. 우리는 이걸 글감옥이라 이야기했다. 다섯명이 모두 모일 있다는 것도 놀라웠는데, 중에 4명이 함께 5km 제주 도두동의 무지개 해안도로를 달렸다. 오후에는 한 명이 더 조인해서 완전체인 다섯명이 모두 모여 서로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다짐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5월 1일부터 매일 새벽 5시에 줌에서 모여 글을 쓴지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다. 각자 알아서 해야할 때는 공부전에 책상을 치우다 지치는 학생처럼 좀처럼 책쓰기 진도가 나지 않았는데, 장치를 마련하니 모두가 자신만의 속도로 글을 쓰고 있었다. 


작년 12월에 농담으로 베트남으로 글감옥 여행을 떠날까요? 했는데 그게 현실이 되었다.

그래서 난 지금 베트남 호치민에 와 있다. 

최근 12년간 세번째 방문인데, 이번 호치민 여행이 가장 좋다. 일이 아니라 글을 쓰러 왔기 때문이다. 해외 여기저기 다니면서 달리고 글쓰며 살고 싶었는데 그 꿈이 이루어졌다. 이번 호치민 글감옥이 첫 스타트이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 라는 질문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 질문에 가장 먼저 떠오른 나의 이미지는,

세계를 다니며 아무곳에서나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고 일을 하는 디지털 노마드로 사는 모습이었다. 


글쓰려고 베트남에 오다니....

그리고 이걸 현실화를 시키다니...


첫날은 새벽 6시 30분에 일어나 이모 이모부와 줌미팅 1시간 30분을 하고, 글의 방향을 잡고 (여전히 어렵다..), 아침을 먹고, 오전 3시간 동안 75층 라운지에서 글을 쓰고,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호치민 워터런 마라톤 축제에 참여하고,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 2차 소주방까지.. 하루를 밀도있게 보냈더니 하루가 1주일 같이 흘렀다. 이런 시간의 밀도를 진정으로 사랑한다.


오늘이 둘째날인데, 오늘도 새벽 6시 5km 러닝 (10명 이상이 모여서 달리는 모임에 게스트로 참여했는데 달리는 동시에 옆구리가 너무 아파 5km를 옆구리를 부여잡고 뛰었다...), 뉴욕베이글에서 커피한잔, 오전에 콩카페에서 글쓰다가 너무 졸립고 글쓰기가 집중이 되지 않아 숙소에서 와서 2시간을 내리 잤다. 정신을 차리고 숙소에서 2시간 가량 글쓰기를 하고, 빈홈센트럴 파크 산책을 하고, 저녁을 먹고 다시 카페 나와 글을 쓰는데 잘 되지 않아 베트남 여행기 포스팅만 3개를 작성했다. 


그러구보니 오늘 하루도 의미있게 굉장히 길었다. 퇴사 후 매일을 이렇게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내가 원하는 일 즐거운 일을 하며 살고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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