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육지로 돌아가기 전 초등학교 3학년 아이에게 말해두었다.
"이제 아빠가 육지로 가잖아. 너랑 나랑 집안 일을 나눠야해"
남편이 육아휴직하기전 슬슬 자기 빨래는 스스로 정리하는 일부터 시작해 집안일을 나누고 있었는데 남편이 와서 전부다 하는 바람에 나와 아이의 버릇이 잘못 들었다.
"아빠가 전부 다 해서 엄마도 너도 편했잖아. 이제 아빠가 없으니까 우리는 함께 사는 파트너가 되어서 집안일을 같이 해야해. 엄마가 세탁기랑 건조기를 돌릴테니까, 네가 빨래를 개는건 어때?"
"음.. 왠지 내가 손해인것같은데, 내가 세탁기랑 건조기를 돌릴게"
"그래? 세탁기랑 건조기 돌리는게 더 쉬워보여? 넌 아직 키가 작아서 세탁기 안에 있는 빨래를 모두 꺼낼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리고 건조기도 매번 돌릴때마다 먼지를 정리해야해. 그게 편해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단다"
"그래? 그럼 내가 빨래를 갤게"
"재활용 쓰레기도 이제 매일 버려야할 것 같아, 엄마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테니 다른 재활용 쓰레기를 네가 버릴 수 있어?" 쓰레기를 버리러 함께 가며 어떤 컨테이너에 재활용쓰레기를 넣어야하는지 알려주었다.
어젯밤 처음으로 남편이 돌아가고 빨래를 했다. 건조기에서 막 꺼낸 따뜻한 빨래위에 누워서 한참을 뒹굴던 아이가 수건부터 갠다. 제법 잘 정리되어있다. 밤 8시부터 수업이 있어서 내 빨래만 개고 서재로 들어왔는데, 잠시 후 확인해보니 수건은 개어서 화장실 선반에 잘 정리해두었고, 자기 옷은 잘 개어서 안방 자기 옷장 서랍에 넣었다. 기특하다.
아이가 하는 집안일은 극히 일부이겠지만, 이런일이 익숙해짐으로서 언제든지 독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싶다. 가끔은, 아니 어쩌면 자주 내가 너무 틀에 갇혀 정도를 걷는 사람처럼 답답한 사람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이건 맞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해주는 것도 당연한게 아니고, 자식이 부모에게 해주는것도 당연한게 아니다. 서로의 소중함을 더 잘 느끼기 위해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서로 함께 할 때가 아닐까.
(빨래를 개주니까 편하긴하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