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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목민 Jul 17. 2024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진실, 치앙마이에서는?

아이를 낳고 저보다 앞서 임신을 하고,

저보다 먼저

아이를 낳은 엄마들을 잠깐 원망한 적이 있었어요.

바로 수유에 대해서 입니다.

물론 힘들다는 이야기는 들었죠.

그런데말입니다.

'힘들다'는 단어만으로는 알 수 없는 사실이 많습니다.

어떻게, 무엇이, 언제 힘든지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가 없었던거죠.

특히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 약 2년 가량

저에게 모유수유를 해 주셨던 엄마와,

아기를 낳고 모유가 철철 넘쳐서 냉장고에

유축한 모유를 꽉꽉 채워두었던 여동생은

아마 수유의 어려움이 제가 겪은 어려움과는

아예 차원 자체가 달라서

이야기해줬다고 하더라도

저와는 맞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고,

자연분만과 모유수유를 중요시했던

산부인과에서는

아이를 제가 거의 데리고 있다시피했어요.

초유가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엄마와 동생이 지나온 궤적으로

쉽게(?) 모유수유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빠는 힘은 넘쳤는데

모유는 나오는것 같지 않으니

황달기까지 있어서 신생아를 안고

근처 소아과까지 가기도 했어요.

모유는 안나오고, 초유는 먹여야하고..

얼른 유축기를 가장 좋은 사양으로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조리원에 들어간거죠.

조리원은 오케타니 마사지의 대모가 계셨습니다.

사전에 그것까지 점검하고 셋팅을 해 두었죠.

조리원에서는 오케타니 마사지의 거점이라서 그런지,

모유수유를 중요시여겼어요.

조리원 서비스 중 하나가 오케타니 마사지였으니까요.

그때부터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잘 나오지 않는 모유를 먹이겠다고,

유축기로 시간이 있을 때마다 유축을 했는데

가장 높은 압력으로 두고 하다보니

피가 섞여나오기도 했습니다.

(농담 삼아 딸기우유라는 표현을 하는데,

치열한 현장입니다)

조리원에서 주는 양배추를 두 가슴에 붙이고

하루 종일 있어야 할 때도 있고,

젖몸살을 견디지 못해 오케타니 마사지를

몇 번 더 받기도 했죠.

조리원 동기 대부분은 쉽게 모유수유를 하고 있었어요.

넘치는 모유를 유축해두고

쟁여놓고 먹이더라구요.

맞아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진실은

모유수유가 얼마나 힘든지, 어떻게 힘든지

그럼 사전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부분이었어요.

그런데 그건 사람에 따라 다르고 경험한 후

알아지는 거라, 어쩔 수 없을 것 같기도 하구요.

(다음에 그럴 기회가 없겠지만,

제왕절개를 하는 경우에는

예정일에 앞서서 오케타니 마사지를 받아

젖을 조금 돌게 해주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저의 삶의 대부분이 그랬던 듯 합니다.

무엇을 경험하기 전에

자세히 알아보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후기도 잘 읽어보지 않고,

잘 물어보지도 않습니다.

여행갈때도, 출장갈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보의 홍수속에서 안다고 해도

어떤게 나에게 맞을지도 모르고,

틀에 얽매이기도 싫거든요.

경험하고 부딪히고,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저만의 방법을 찾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환경에 들어오게 되면

우선 바쁘게 움직입니다.

바쁘게 움직이다보면 빨리 찾아지는게 있거든요,

그리고나서 템포를 늦춥니다.

특히 무언가를 해결하러 가는 출장에서는

초반에 미친듯이 달렸습니다.

그러고나면 보이지 않았던 문제 해결의 끝이 보일때가 많았거든요.

그리고나서 출장의 말미에는 템포를 낮추고,

출장의 끝을 즐겁게 지냈죠.

이번 치앙마이 여행도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되었네요.

하지만, 이번에는 시행착오를 먼저 경험했습니다.

첫날 밤 늦게 도착하고도

다음날 새벽 6시에 일어나 아이와 주변을 살핀다며

아침에만 1만보를 걸었고,

숙소에 들어가 2시간 쉬고,

다시 나가서 저녁까지 푹푹 찌는 치앙마이 시내와

폭우가 내리치는 선데이마켓까지 걸었습니다.

아이가 힘들다고 했지만,

우선 주변을 빨리 익혀야했기에 강행했습니다.

아이는 첫 날 스포츠캠프를 다녀온 후

적응되지 않는 더위와

알아듣지 못한 언어로 멍한 상태가 되었어요.

그런데 더 큰일은 아이의 허벅지에 습진이 생기고,

다음날은 온 팔과 다리에 땀띠가 심하게 생겼습니다.

수영하는 모습을 멀리서 보니,

땀띠가 난 팔을 사정없이 긁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

심난해졌습니다.

썬크림을 발라주었는데도

충분하지 않았던거죠.

부랴부랴 긴팔 수영복을 구입하고,

땀띠에 바르는 스테로이드제가 없는

로션을 약국에 가서 구입해 열심히 발라주고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건,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고

그날 듣고 이해한 영어를 저에게 자랑하듯이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엄마, 나 첫날 사귄 중국친구 이안있잖아, 오늘이 마지막 날이래"

"응? 그래? 어떻게 알아들었어?"

"Today is last day 라고 하던데?"

"그걸 알아들은 거야?"

"엄마, 내 이름이 영어로 뭐야? 수영시간에 빙글빙글 돌다가 내 이름을 영어로 말하고 물로 뛰어들어야 했거든"

"엄마, 오늘 질문은 what's your favorit food 였어"

"그래? 그래서 뭐라고 했어?"

"생각안나서 Chicken! 이라고 했지"

"너 원래 치킨 좋아하잖아"

"엄마, emergency!"

"응?"

"화장실 가고 싶어! emergency!"

그래도 처음에 치열하게 다녔기에,

새벽에 달리기 하며 들개 다발지역을 파악해서

그 지역을 피해서 달리고 있습니다.

참, 치앙마이에 오기 전,

아무도 저에게 알려주지 않은 진실이 있습니다.

바로 술을 파는 시간이 정해져있다는 거예요.

마트에 갔는데 오전 11시부터 2시까지,

오후 5시부터 저녁 7시까지로

제한되어있습니다.

마트에 꼭 술을 구입할 수 없는 시간에 도착해서

맥주와 와인을 구입하지 못해

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막 부어라 마셔라 하지는 않습니다)

간단하게 화이트와인 한 잔 하고 싶었는데

몇 번 좌절되었다가

어제 아이 캠프를 마치고

센트럴플라자 페스티벌이라는 곳에 가서

이것저것하며 다섯시까지 버티다가

화이트 와인 한 병 구입했습니다.

아이가 와인을 살때는 가격을 먼저 보라고

충고해줍니다.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은 치앙마이의 진실이었지만,

직접 체득하니

시원하게 마시는 화이트 와인이 더 맛있네요.

덧, 모유수유는 한 달 후 막을 내렸습니다.

젖몸살로 응급실에 갔고,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기에 엄마의 불안을 잠재우고, 고통으로 우울한 감정을 아이에게 전이시키지 않기 위해서라고 위안했죠.

"너무 쉽게 포기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한 남편의 말은 제왕절개를 하며 아이를 낳는 전 날 "너무 쉽게 낳는 거 아니야?"라는 말고 함께 박제되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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