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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30분 역량강화 달리기

육아일기

by 꿈꾸는 유목민

25년 6월 1일 일요일

뉴질랜드 D+135


뉴질랜드에 온지 벌써 135일차라니 믿기지가 않는다. 제주에 이주했을때도 그랬지만 크로노스의 시간은 초반만 느리게가고 기록을 잊은 시간들은 가차없이 내달린다.

고립과 고독의 시간을 보내는것까지는 좋은데 한동안 평안하다 마음의 풍랑이 일고 있다. 블로그에도, 독서의 기록 다이어리에도 매일 하루의 일을 기록하고 감사일기를 쓰고 있지만, 브런치에 쓰는 일기의 맛은 또 다르다. 브런치 일기를 누가 볼까 싶지만 나를 위한 기록이라 생각하고 하루의 단상을 시간될때마다 얽매이지 않고 써보려고 한다.


작년 5월 제주관광국제마라톤대회에서 10km 를 달렸다. 남편, 아이와 함께.. 그리고 11월 제주감귤마라톤에서는 생애최초로 하프마라톤에 도전했고, 아이는 5km, 남편은 다시 10km를 달렸다. 아이는 10km 에서 5km 로 거리를 줄였는데, 걷뛰하는 것보다는 연속으로 5km 를 달려보는 경험이 더 중요할 것 같아서였다. 대회가 다가올 무렵에는 학교 가기 전 아이를 깨워 제주 탑동 광장에서 30분 이상 달리기 연습을 했다. "스트레스!"라고 외칠때도 있고, 달리기 바로 직전 무릎이 아프다던지, 배가 아프다던지.. 하는 꾀병을 부렸지만 (나중에 꾀병임이 판명) 달리고 집에 들어갈때면 아이와 내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오늘도 성공을 했네!"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3년동안 축구를 했지만 이제 더 이상 축구에 흥미가 없고, 어떤 스포츠도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 아이를 보며 달리기는 모든 운동의 기본이라며 꼬셔서 함께 달리고 있다. 30분 달리기 5주차부터 다시 시작했다. 런데이 30분달리기 주중에는 꽉 찬 스케줄 때문에 달릴 수 있는 날이 거의 없지만 주말에는 꼭 달린다. 학기마다 4개의 목표를 정하고, 그걸 증명했을 때 4번의 학기가 끝날 때 아이는 메달을 받는 챌린지에 열의를 보이는 걸 이용했다. 런데이 30분 달리기 8주차 마지막, 30분 연속 달리기를 끝낸 아이의 두 볼이 빨갛게 상기되었고, "별거 아니네"라며 뿌듯해했다.

운동을 함께 하는 단톡방인 '부단히 런'방에서 이모들 몇 명이 대단하다고 아이를 치켜세워줬다. 단톡방 메시지를 하나하나 읽어주자, 아이의 표정이 뿌듯했다.


30분 연속달리기 8주차가 성공하면 30분 역량강화 2주차가 남아있다. 그 다음에는 50분 달리기 프로그램이다. 오늘은 30분 역량강화 1주차 2번째 날이다. 4분 40초를 보통속도로 달리고 20초를 빠르게 달린 후, 2분 걷는 걸 다섯세트 해야했다. 오늘은 집 앞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달렸다. 아이와 함께 달리면 좋은 점은 걷는 시간동안 두 손을 꼭 잡을 수 있다는 거다. 자석처럼 내 손과 아이손이 달라붙는다. 그러면 평소에 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아이의 놀라운 통찰력을 깨닫기도 한다.


4분 40초 보통속도 달리기와 20초 빠른 속도 달리기 한세트가 남았을 무렵, 아이는 거리와 시간을 계산했다. "엄마,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한바퀴 달리고 교문밖을 나가면 빠르게 달리기 20초를 하라고 할꺼거든? 그러면 그때 전력질주하고 걸어가면 딱 집에 도착해"

문득 아이와 함께 하는 행위들이 그냥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오늘의 성공과 함께 시간과 거리를 계산해내는 아이의 감각도 성장하는게 느껴졌다. 오늘도 나는 엄마 리엑션을 하며, 넌 어떻게 그걸 딱 계산해서 맞추냐고 호들갑을 떨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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