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와 수영

육아일기

by 꿈꾸는 유목민

25년 6월 4일 수요일

뉴질랜드 D+138


글이 무거워지지 않게 생각날때마다 글을 쓰겠다고 다짐하지만 계속 꼬리의 꼬리를 무는 생각 때문에 한 문장을 시작하는게 어려워졌다. 오늘 또 다짐한다. 그냥 가볍게 그때그때 쓰자고.


오늘은 아이가 방과 후 미술학원에 가는 날이다. 오전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하루종일 비 예보가 있어 달리기를 못하겠다 생각하다 문득, 제주에서 소낙비를 맞으며 여러번 달렸던 일이 생각났다. 그냥 달리자 싶어 바람막이 잠바를 두 개 입고, 모자까지 썼다. 날씨는 그렇게 춥지 않았고 비도 심하게 내리지 않았다. 가장 위에 입은 잠바가 물에 축축하게 젖은 정도이다.


작년 11월 하프 마라톤을 하고, 뉴질랜드에 와서 가장 최장 거리를 달린건 11km 정도였다. 하프마라톤을 끝내면서, 나는 달리는 사람으로 거듭났으니 꼭 대회를 등록하지 않아도 계속 달릴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2주일에 한 번 하프를 달리는 건 장치를 마련하지 않아도 되겠지 싶었다. 하지만 7개월, 아니 훨씬 전부터 깨달았다. 시스템과 목표가 없으니 한없이 늘어지고 싶은게 나의 마음이라는 걸.


달리기는 계속해서 거리를 늘려가거나 유지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한다는 말도 알 듯 하다. 하프를 달린 후 10km 달리기는 너무 쉽고 껌이었는데, 이제 10km 달리기도 마음이 버겁다. 아직 마라톤 대회를 등록하지는 않았지만 런데이에서 10km 가상 마라톤 훈련을 등록하고 시작한지 3주차에 접어들었다. 요즘은 5km 쯤 달리고나면 더 달릴까, 말까를 고민하게 된다. 하프 마라톤 가상훈련을 할 때는 쉽게 달릴 수 있는 5km 를 4 세트하면된다고 생각할만큼 부담이 없는 거리였는데, 장거리 달리기 연습을 하지 않은지 오래되니 5km가 부담스러워졌다.


수영도 달리기처럼 몇 달만 쉬어도 처음부터 시작해야할까?


이번 주 일요일 아이의 수영대회가 있다. 말이 수영대회이지 그냥 동네 수영 초보 아이들이 모여 재미로 하는 대회가 아닐까 한다. 수영 수업을 초1때부터 받았지만 6개월이 지나도 음파조차 하지 못해 그냥 그만뒀다. 동네에서 무료 선착순으로 받는 수영강습이 꽤 고품질이어서 그때 수영 폼을 조금 배웠다. 다행히 아이는 자기 키보다 훨씬 깊은 물에서도 신나게 개 헤엄을 하며 놀 수 있을 정도로 물을 좋아한다. 뉴질랜드에서 수영이라도 마스터하게 할까 해서 수영을 4개월째 하고 있는데, 여기 선생님들도 그리 열심히 가르치지 않는다.

실은 수영대회는 핑계이고 이번 기회로 25m 왕복을 한 번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시간이 될 때마다 수영장에 가서 연습을 하게 하고 있다. 처음에는 왕복은 커녕 25m를 자유형으로 가면서도 계속 멈추더니, 다음에는 왕복이 가능해졌다. 컨디션에 따라서 어떤 날은 잘 하고, 어떤 날은 힘들어했다. 어떤 날은 연습을 하고 싶어하지 않고 대충하길래, "왕복하고 오면 껌 사줄게!"라는 말에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왕복을 했다. 그러더니 어제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25m 왕복을 두 번이나 쉬지도 않고 해서 날 놀래켰다.

"엄마, 내 짝꿍은 25m 두 번 왕복, 그러니까 100m는 기본으로 수영할 수 있데" 친구와 수영 시합에 대한 이야기를 한 듯 했고, '친구가 하는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100m 도전을 시도한듯 하다. 이 날은 25m 두 번 왕복을 두 번, 그러니까 200m를 달성한 날이기도 했다. 전혀 나아질것 같지 않았던 장난스러운 아이의 수영이 연습과 함께 점프를 했다.


그래도 욕심내지 않기로 한다.

"이번 대회의 목표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것, 그리고 안전하게"이다.

물론 포상은 한국 과자다.


그나저나 나는 언제 25m 끝까지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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