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을 전공하여 학부 때부터 주식을 하는 친구들이 주위에 많았다.
하루에도 수십수백만원의 금액이 계좌에서 오르내리는 것에 마음 졸이고, 수업 시간에도 차트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친구들을 보며 주식은 곧 도박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절대 주식에는 손대지 않으리' 다짐했던 것 같다.
대학 졸업 후 식품회사 구매팀에 입사했다. 입사 첫날 팀장님이 내게 물으셨다.
"자네는 경영학과 출신인데 금융권 취업에는 관심 없었나?"
"네, 저는 금융권과 주식시장은 투기자들이 모여 있는 곳 같아 전혀 고려해보지 않았습니다."
'저는 금융권보다 지금 여기가 더 좋아요'를 강조하고자한 내 대답에 팀장님의 표정이 굳어졌다.
내가 입사한 구매팀은 식품 제조에 필요한 곡물(원당, 원맥, 대두, 옥수수 등)을 선물*옵션을 통해 구매하는 파생상품 구매팀이었던 것이다.. 최악의 대답을 해버린 나는 그 후로 몇 개월 동안 학부 때도 기피했던 파생금융상품 공부를 피나게 해야만 했다.
그렇게 현업에서 3년간 파생상품을 다루고 열심히 공부하며 깨달은 점이 있다면 아이러니하게도 '절대 주식은 하지 말아야겠다' 였다.
구매팀이다보니 매도는 하지 않고 매수 위주로 구매전략을 수립하는데 아무리 열심히 시황을 분석하고 시장을 전망 하여도 적정 매수 타이밍을 잡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 그도 그럴것이 펀더멘탈을 아무리 잘 분석하여도 트럼프의 트윗 한마디 만으로도 펀더멘탈이 무력해지고 시세가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좌절감을 느꼈다.
(그 뒤로 나는 시황 분석하는 시간을 줄이고 트럼프의 트위터를 팔로우하여 그의 트윗을 매일 관찰하였다)
그리고 다짐했다. '나는 요령 피우지 말고 일개미처럼 열심히 일해서 한 푼 두 푼 모아 정직하게 부자가 되야지!'
하지만 열심히 한 푼 두 푼 모아도 집값 올라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내 통장 잔고를 보며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직감했다. 단순히 계산해봐도, 과거 부모님 세대 처럼 성실히 한 푼 두 푼 돈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음을 알았고 우리 시대 재테크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을 깨달았다.
올해 5월. 그렇게 성실하게 일만하던 일개미는 존봉준 아저씨를 따르는 동학개미로 변신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종목을 선택해야 하는지, 언제 매수하고 매도를 해야 하는지, 올바른 포트폴리오 전략은 무엇인지 등 주식시장은 여전히 미궁 속이었다. 그렇게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를 접하게 되었다. '현명한 투자자'는 가치투자를 강조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지만 그렇다고 기업분석이나 종목 선정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투자자의 기질과 태도에 대해 설명하며, 투자를 할 때 가져야 할 마인드와 전략에 대해 설파한다.
벤저민 그레이엄에 따르면 투자원칙과 태도만 잘 갖춘다면 리스크가 상존하는 주식시장에서도 꾸준히 적정 수준의 수익률을 유지하는게 가능하다고 한다. 여기서 느낀 교훈은 첫째, 내재가치 분석을 위해 밀도 높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점. 둘째, 일희일비하여 시세 변동에 휘둘리지 말 것. 사실 누구나 이미 알고 있지만 지키기 어려운 점이 아닌가 싶다. 단, 그것을 이미 성공한 투자자가 확신의 찬 목소리로 강조하니 정말 이대로 원칙을 지키면 더이상 투자를 투기로 보지 않고 꾸준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구나 안심이 든다.
그리고 책에서 배운 것 중 오너십을 발휘한 투자를 실천하기 위해 평소 관심있던 네이버 주식 10주를 매수했다. 10주지만 꽤 큰 금액이었고 가슴이 떨려왔다. '그래 나는 이제 네이버의 주인이고 네이버와 함께간다.' 내 회사 매출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곧장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가입하고 네이버쇼핑을 통해 구입을 망설였던 옷을 한벌 질렀다. 주인이 된 것인지 노예가 된 것인지 모를 모호한 경계 속에 쓴웃음을 지었다.
낫과 곡갱이를 들고 성실히 일만하던 일개미가 그 낫과 곡갱이로 외국인과 기관들에 맞서 싸우는 동학개미가 되었다. 종국엔 이 험난한 경제난을 이겨낸 동학개미가 경제적 자유를 향해 훨훨 날 수 있는 여왕개미가 되기를 기대해본다(실제 곤충세계에선 일개미는 여왕개미가 될 수 없다고 한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