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단추와 미라클모닝

by 아차산호랑이

6월 초, 여느 토요일 아침과 마찬가지로 정오가 다 되어가는데도 전날 마신 술이 깨지 않았다.
침대에 누운채 주섬주섬 스마트폰을 들어 카톡을 보니 친한 친구 한명이 다른친구와 함께 날씨가 좋아 등산을 갔다며 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 몇장을 남겨 놓았다. 지금 어디냐고 묻자 친구는 하산하여 점심까지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이 짧은 카톡은 내게 큰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평일에 그렇게 바라던 주말을 전날 마신 술로 너무 쉽게 버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평소 독서, 운동, 자기계발 등 연초 계획했던 일들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미뤄왔었는데...
그날 이후 다시는 주말에 늦잠을 자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이 다짐을 할즈음 '미라클모닝'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책의 저자는 큰 사고 이후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황에서 친구의 추천으로 미라클모닝과 러닝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곤 기적적으로 사고 후유증을 치유하고 과거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한다.
단순히 아침에 일찍 일어나 런닝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런 '미라클'한 효과를 봤다는게 놀라웠고, 정말 사실일까하는 의구심까지 들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였다. 마침 최근 런닝에 취미를 붙여 꾸준히 하고 있었기에 더 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7월초, 그렇게 나의 첫 미라클 모닝이 시작되었다.
아침 5시 '일어나라, 삶이 바뀐다'라는 문구가 적힌 스마프폰 알람이 시끄럽게 울렸다(유튜브에서 미라클모닝 실천으로 유명한 모변호사를 따라해보았다) 역시나 힘들었다. 새벽에 일어났다는 기쁨도 잠시 알람을 끄고 엄청난 내적갈등에 직면했다. 이런 상태로 회사에 출근하면 큰일나겠다는 합리화와 함께 다시 잠에 들었다.
그렇게 두세번의 실패를 반복하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함을 느꼈다.

우선 잠을 일찍자야했다. 평소처럼 12시에 자다보니 5시에 일어나는게 너무 괴로웠다. 둘째 혼자서 하다보니 조금만 힘들어도 의지가 꺾였다.
인터넷을 통해 미라클모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모인 카톡단톡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바로 참여하였다.약 200여명이 있는 단톡방이었다.
그리고 밤 10시에 자는 것을 목표로 퇴근 후 시간계획을 다시 세웠다.

그 다음부턴 신기하게도 아침 5시에 일어나는게 가능해졌다. 일어나 단톡방에 인증을 하고 간단히 스트레칭을 한 뒤 한강으로 갔다.
새벽의 찬 공기와 어둑한 하늘, 그리고 적막한 동네를 보고 있자니 기분이 굉장히 묘했다. 다들 잠들어 있는 이 시간 운동을 하러가다니. 한강에서 가볍게 런닝을 하고 집에 돌아오니 상쾌하고 정신이 말짱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한달동안 꾸준히 미라클모닝을 실천하며 실험을 계속했다. 한달동안 내게 있었던 변화는 기대 이상이었다. 일단 아침부터 꾸준히 런닝을 하니 살이 3kg정도 빠졌다. 생전 명상이라는 것도 처음해보았는데 심리적으로 평온해지고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경험을 하였다. 무엇보다 하루의 첫단추를 잘 끼웠다는 생각에 출근해서도 평소보다 더 에너지 넘치고 계속해서 시간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에 퇴근 후에도 평소보다 독서, 공부, 운동 등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최근 소개팅으로 만난 썸녀로부터 '너무 다른 생활패턴 때문에 더이상 만나기 힘들 것 같다'는 갑작스런 통보를 받은 것은 미라클모닝의 유일한 부작용(?)이다)

아직은 미라클모닝을 시작한지 1개월 밖에 되지 않아 책의 저자처럼 '미라클'한 성과는 없지만, 미라클모닝이 매일 아침마다 주는 '잘 낀 첫단추'의 효과처럼 내 인생 전체에도 어떤 미라클을 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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