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회색빛 May 08. 2021

10. 내적 갈등

외적 갈등일지도..


#10




-

코로나 19가 어느새 코로나 21이 되었다.

'곧 끝날 거야'라는 희망은 '제발 끝나기만 해라'라는 바람으로 바뀌었고,

삶의 방식이 바뀌었다 꽤 많이.


사람들과 마주하길 좋아하는 나는 어느새 사람을 마주하는 게 두려워졌고,

마스크 없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에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었다. 피한다거나 뒷걸음치거나.

호흡은 꼭 해야만 하는 건데, 이 호흡으로 바이러스가 전이된다는 것. 정말 무서운 일이다.


카페들은 키오스크(무인 주문이 가능한 기계)를 설치하고, 배달이 활성화되었으며 직원들은 상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었다. 같이 일하는 팀원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기 어려운 현실.

그래도 니트릴 장갑을 끼고 생활하니 습진으로 고생하던 겨울을 촉촉하게 날 수 있었다.

마스크 덕에 화장품을 덜 바르니 피부 또한 촉촉하다. 물론 마스크로 생기는 트러블은 어쩔 수 없지만..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우리는 그런 삶에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마스크 없이 생활했던 지난날이 꿈이었던 것처럼, 마치 태어날 때부터 마스크를 끼고 살아온 것처럼 말이다.





-

길어지는 코로나 시대에 훗날을 더 걱정하게 되었다.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 이렇게 카페가 많이 생기고 없어지는데 내가 설 자리가 있을까?

앞으로 더 흥할 IT 산업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지금 이렇게 일하고 있어도 되는 걸까? 등등..

내적 갈등은 짙어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고민들은 겉으로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광고는 온통 코딩으로 도배되었고, 걸어가다 보이는 컴퓨터 학원 앞에 잠시 멈춰 서고, 함께 일하다 그만두고 다른 산업군으로 발을 디딘 동료들의 말을 들으며 귀가 팔랑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바리스타라는 이 직업이 좋다.

매일 커피 향을 맡고, 커피를 다양하게 다뤄보고, 이 재료를 통해 사람들과 마주하는 모든 순간들까지.

나의 10년 뒤가 걱정되면서도 지금을 더 즐기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안일함은 덤.


10년 전의 내가 그렸던 지금의 이 시간. 그렸던 그 모습이 맞나 생각해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이쯤이면 집을 사고, 차를 가지고 있을 거라며 막연하게 그렸던 그 시절.

분명 지금의 내가 그리는 10년 뒤도 막연할 뿐이고, 이뤄져 있을 확률 또한 매우 낮을 테지만,

나는 또 그린다. 조금 더 나은 모습의 내가 되어있길 바라며. 더 좋은 모습이길 바라며.




막연하게 그려보는 이 시간들로 글쓰기 또한 멈칫.

글을 써 내려가려 해도 나는 하루하루를 그저 그렇게 보내고 있는 한낱 우주 먼지인 것만 같아서.

글을 쓰는 게 나에게 무슨 의미인가 싶어 멈춰버리는.



오늘도 이렇게 나의 기록은 또 땅굴을 파고드는 것 같지만.

가라앉을 듯 가라앉지 않는 나는, 다시 내일을 꿈꾼다.

이 우울한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오늘도 다시 탈탈 털고 일어서기.

작가의 이전글 09. 오랜만에 마주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