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부동산은 소유하면 언젠가는 오른다는 강한 신념이 있다. 특히 아파트는 그러하다. 누가 만들었는지 알지도 못하는 이런 족보 없는 풍문은 우리에게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전에 정부 청사가 생기고 인근 아파트값이 뛰었다. 과천 청사 또한 아파트값을 올렸다. 세종 또한 그런 기대감에 한동안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미디어를 타고 전해지는 소식, 그리고 일부 돈을 벌었다는 영상들로 정말 돈을 많이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주변에 있는 이들도 이런 흐름에 편승해 집을 여러 채 구입했다. 문제는 계속 오를 것이라는 욕심에 결국 단 한 채도 팔지 못했다. 지금 수직하락하는 마당에도 고점 대비 손해를 보고 있어서 팔지 못하겠다 했다. 언젠가 다시 오를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 속에 늘어나는 은행이자를 힘겹게 감당하고 있다. 급여 대부분을 은행에 넣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오르면 더 오를 것 같아 팔지 못하고 내리면 손실이 있어 아깝다는 생각과 다시 반등할 것이란 기대를 품어 또 못 판다. 부채가 없다면 대미지가 없겠지만 아파트를 소유하며 빚이 없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지방이 이 정도인데 수도권은 더 심할 듯싶다.
20평대 분양받은 아파트를 2년 만에 매매하고 30평 전세로 이사한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함은 아니었다. 위층 층간 소음으로 아이에게 피해가 있을까 싶은 우려 때문이었다. 새벽 1시부터 쿵쾅거리는 것은 예삿일이었고 그 시간에 친구들을 불러들여 술판을 벌이며 고성을 내지르니 점점 신경이 날카롭게 되었다. 몇 번을 쫓아 올라가서 소음으로 힘들다 말했지만, 오히려 자신들이 불안하다는 기적의 논리(?)를 펼치니 답답함만 커졌다. 결국 2년 만에 집을 팔고 단지 내 30평 전세로 옮겼다. 그동안 아파트 값이 상승해 6천만 원의 자산이 불어있었다.
공단을 끼고 신축하는 아파트는 추가적인 유입인구로 인해 아파트값이 상승함을 그때 알았다. 1억 1천만 원대 아파트를 1억 7천만 원으로 끌어올린 것은 새로 신축하는 공장 직원 200명의 주택 수요 때문이었다. 8천 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불과 200 가구의 이주로 집값이 들썩이는 것을 그때 알았다.
물론 이때가 그 지역 아파트의 고점은 아니었다. 상가지역 부지에 건물이 가득 차고 상점이 즐비해지니 아파트 값은 2억을 넘어갔다.
그럼에도 아파트값 상승은 자산 증가에 별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동산이어서 때문은 아니다. 집이 여러 채라면 모를까 깔고 앉은 집은 아무리 올라도 소용이 없다. 내 집값만 오르는 것이 아니기에 이사를 한다면 그 가격 이상을 지출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같이 상승해 버리는 집값은 공시지가 상승으로 세금만 늘어날 뿐이다.
아차트값 상승은 투자를 빙자한 투기꾼들의 배만 불려주는 일이다. 오른 집값만큼 대다수의 가정은 부채만 늘어난다. 소비할 수 있는 가용자산은 점점 줄어들면서 말이다.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는 이들은 지금과 같은 하락시기에 급매로 내놓거나 경매로 넘어가는 일을 야기하기도 한다.
아파트값 상승은 가난한 이들에게 더 큰 허탈감을 & 이제 겨우 가난을 면하나 싶은 이들에게는 다시 빚의 늪에 빠지게 하는 결코 달갑지 않은 사건사고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