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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하는 아내의 큰(?) 손

뒷목 잡지 않을 만큼

by Aheajigi

불과 몇 해 전까지 주식은 연일 고점 행진을 했다. 아내는 예금만으로 안되지 않냐 내게 물어왔다. 생각하면 하고 봐야 하는 아내의 성격을 알기에 잘해보라 했다. 구체적 투자 금액까지 정하란다. 나중에 다른 말을 하지 말란 의미란 것을 안다.

"딱! 뒷목 잡고 쓰러지지 않을 만큼."

그게 도대체 얼마인지 되묻는다. 모든 자산을 관리하는 사람이 잘 알지 난 모른다 했다.


그렇게 아내의 주식은 시작되었다. 몇천 원이 오르고 몇만 원이 올랐다 좋아하며 열심히 사고팔기를 한다. 도대체 몇 주나 매수하고 매도하는지 물었더니 큰(?) 손 아내는 5주에서 10주를 쥐락펴락하고 있었다. 그렇게 손을 댄 종목이 얼마인지 잘 모른다.

어떤 기준으로 사고파는지 물었더니 정말 감과 풍문으로 거래를 한다 했다. 회사 수익률 변동성이나 어떤 지표를 좀 봐야하지 않겠냐 물었더니 괜찮단다.


그리고 8만 원 중반대 삼성전자 주식에 덜컥 걸렸다. 현재 주가가 5만 원대이니 손실이 남이 분명했다. 언젠가 오를 거야라고 말은 하지만 그날이 언제 올지 아내도 나도 모른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3나노 수율문제로 TSMC에 완벽히 패했고 2나노도 섣부르게 우세를 장담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평택 공장이 멈췄고 미국 공장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하니 과연 어떻게 이 난국을 타개할지 걱정스럽게 보이긴 한다.


주식은 주식회사에 다니는 직원도 손실을 볼 만큼 변동성이 매우 크다. 왜 올랐는지 납득이 안 갈 때도 있고 이런 사안이 이렇게 폭락을 불러오는지 판단이 안서기도 한다. 전문가들이 걸정한 목표주가와 정반대 행보를 보이기도 하니 잃어도 타격이 없는 돈이 아니라면 섣부른 도전은 말리고 싶다.


그래도 주식을 하겠다면 펀드를 추천한다. 펀드를 푼돈으로 4년 해봤고 매해 손실은 없었다. 일부 하락한 것도 있었지만 상승곡선을 탄 것이 상쇄하고도 남았다.

펀드 선택 시 직원의 추천은 피하는 것을 권한다. 이미 잘 나가는 펀드는 소개하지 않고 갓시작했거나 수익률을 신경 쓰지 않는 작은 펀드들만 알려주기 때문이다. 조금 전에 내가 선택했다가 하락한 펀드가 바로 직원이 추천한 펀드였다. 본인이 미래를 예측해야 하고 펀드는 큰 자산으로 굴리는 것을 골라야 한다. 몇십억 내지는 100억에 턱걸이하는 펀드는 운용하는 직원 상대적으로 적게 신경을 쓰게 된다고 들었다. 여러 개 펀드를 관리하다 보면 아무래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에 먼저 손이 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돈을 넣고 주기적으로 펀드 수익률을 확인하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적금처럼 만기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한 수익률을 달성하거나 더는 오를 호재가 없다 싶으면 과감하게 펀드를 해지하고 현금화시켜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에 그러하다.


신경 쓰는 것도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하기에 이제 큰 관심을 두고 있지는 않다. 방산 쪽이 호재라길래 아내에게 그 분야 업체를 추천했고 아내가 20주 구매했다고는 들었다.

주식은 돈과 시간, 그리고 빠른 정보력과 앞날을 내다보는 판단력을 필요로 한다.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가더라도 그 이상의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파란색 증시판이 연일 이어지니 아내는 이제 주가변동을 확인도 안 한다.

큰(?) 손 아내의 주식 투자 경험기는 이렇게 종결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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