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가 오고 중고등학교를 다닐 무렵 누구와 사귄다는 동창들은 제법 있었다. 사귀다 헤어지기를 밥먹듯이 하는 녀석도 존재했다. 대학생이라고 사기를 치고 만난다는 날라리도 보았다. 공부는 꼴통인데 어떻게 대학생이라 믿게 했는지 그때는 납득할 수 없었다. 돌이켜보니 상대도 이 꼴통만큼의 수준이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연애는 나만 빼고 벌어지는 일들이었다. 3년 터울 여동생을 보면서 자란 난 남들이 어떻게 이성을 만나는지 참 신기했다.
동생은 까칠 대마왕이었다. 내가 대학을 다니고 동생이 고1이었을 때, 하루는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더니 왜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안 했냐며 성질을 부렸다. 부모님과 난 이게 무슨 상황인가 한참 고심을 했었다. 시험 성적이 엉망이라 짜증이 났던 것이란 사실은 성적표가 날아오고서야 알았다. 지금은 미국 시민권자로 잘 살아간다. 동생의 결혼 생활은 어그러졌지만, 대기업에서 내 연봉의 두 배는 넘는 금액을 받고 있다.
초중고 통틀어 내게 이성은 사람 친구조차 없었다. 나 같은 비슷한 녀석들끼리 어울렸기에 사실 모태솔로라 놀려도 타격감이 없긴 했다.
교대를 다녔기에 고등학교 동창들은 꽃밭이라 좋겠다 했다. 40명 과 동기중 남자는 네 명뿐이었고 여자는 36명이었다. 이건 내가 과를 대충 정한 절체절명의 실수 때문이긴 하다.
물론 그때 처음으로 여사친이 생기긴 했다. 그 연을 아직 이어가는 이도 있고 말이다. 말 그대로 여사친이다 보니 자신의 남친을 내게 소개시켜 준다기에 한 마디 했다.
" 너랑 나랑 자매지간이냐!"
(지금도 brother 같은 관계긴 하다.)
군입대 전 다른 동기에게 고백이란 것을 했다가 대차게 까이기도 했다. 여자들 사이는 소문이 빨라 여사친이 그 소식을 듣고 뭐라뭐라 잔소리만 한 바가지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군입대 직전까지도 제대로 된 연애는 없었다. 그래서 연애는 내게 있을 수 없는 일 or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인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