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모형을 만든 교대교수를 참 오랜만에 목격했다. 연구 노력에는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강의 도입 부분부터 수강하는 교사들에게 소리 내어 돌려 읽기를 시키는 모습을 보며 강의에 대한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분명 이 방식은 대학교 학생들에게도 적용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착잡했다. 이런 수업방식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소리 내어 읽는 사람은 텍스트를 틀리지 않게 발음하는데 온 신경을 집중하기에 의미를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무엇을 읽었는지 이해가 거의 안 된다. 둘째, 나머지 사람들은 자신이 언제 다음 부분을 읽는 일에 동원될지 모른다는 불안함에 텍스트를 눈으로 쫒기 바쁘다.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배경지식을 활용해 해석할 여력이 아예 사라진다. 소리는 울려 퍼지나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런 한심한 방식의 강의를 참 오랜만에 경험한다. 하여 시작부터 뭐가 있을까 싶었다.
(소리 내어 읽기는 가르치는 자가 배우는 자들의 읽는 행동을 확인하려는 손쉬운 수단일 뿐 어떠한 교육적 효과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조차도 교수가 인식하지 못하다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로 돌아가서 자신이 소개하는 학습모형을 적용하면 좋을 것이라는 말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몽상가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수업모형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첫째, 9단계의 수업 모형이 한 호흡으로 초등학생들에게 이루어지기에는 지나치게 복잡하다. 학생들은 뭘 하고 있는지도 잊을 것이다. 둘째, jigsaw 모형과 흡사한 학습모형 형태는 전문가집단에 속한 아이들에게 학습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 이들에게 교사의 짐을 덧씌우는 것이다. 셋째, 개개인의 배경지식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학생들의 수준차가 심할 경우 수업은 겉돌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자신의 수업모형을 누군가에게 알리기 전에 교실에서 한 번이라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적용해봤는지 묻고 싶었다. 한마디로 뇌피셜에서 허우적거리며 만든 이 수업모형은 실현가능성이 제로였다.
학습자 입장에서 이 수업모형은 학습진행 방향과 현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상당히 난해했다. 교사인 나조차도 단계를 숙지하기 어려운데 이걸 누구에게 가르칠까 싶었다. 협력을 촉진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도 단 한마디 언급되지 않는 모형은 공상과학일 뿐이었다. 학습에 의지가 흘러넘치며 방관자가 없는 교실에서도 불가능할 정도로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 내 수업모형에 허점이 무엇일까에 대한 성찰조차도 없는 학습 모형이 교실에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확고한 믿음에 혀를 내둘렀다.
내가 이런 이들에게 대학, 대학원 수업을 들었다 생각하니 뭘 배웠을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