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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혼나고 있다.

그는 어른이다.

by Aheajigi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이란 프로그램을 보았다. 골목식당의 젊은이 버전인 듯했다.

프로그램 취지는 타이틀에서 짐작을 했고 출연자들을 보면서 큰 일이다 싶었다.

"어떻게 나보다 절실하지 않아!"

백종원 대표가 화를 냈다.


출연자들은 모두 사연이 있었다. 가난이 스킨처럼 밀착된 이들이었다.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자리였고 배워갈 수 있는 길도 제시했다. 그들은 웃고 떠들었고 거기에서 절실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맥락에서 백대표는 답답했던 모양이다.


난 저들이 어떤 부류의 존재들인지 안다. 20년 넘게 수백 명의 아이들을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개인적 서사가 저리 만들었는지 타고난 기질이 저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계획이 없으니 준비를 하지 않는다. 당장 편하고 즐거우면 그만이다.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은 인내와 고통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이들은 회피로 일관한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산다 말하지만 여러 갈래의 인생길에서 스스로가 가장 안이한 쪽을 택해왔음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자기반성이란 게 누락되어 늘 남 탓과 환경 탓이다. 무리에 속하면 전체 분위기에 휩쓸린다. 자신만큼 이라도 중심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무엇이 잘못되어가고 있는지 현실 직시가 없다.


백대표는 이들에게 어른의 모습을 보였다. 쓴소리를 제대로 한 것이다. 대상들의 상처가 크고 깊다 해도 말이다. 세상은 개개인의 서사를 들어주고 품어주는 곳이 아니기에 그렇다. 쓴소리를 듣고 반성이란 것을 하게 되면 다행이고 아니면 포기해야 한다.

백대표는 이들의 보호자가 아니다. 혈압을 올여가며 화를 내야 할 하등에 이유가 없다. 안쓰럽고 안타까움에 나온 쓴소리가 약이 되지 않는다면 발전 가능성은 제로다.

수십년 살아온 성향은 습관처럼 몸에 깊이 스며든다. 그래서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는 이들은 드물다. 척만 하다가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시간을 두고 종적 연구를 하면 80%이상은 제자리로 회귀했을 듯싶다.


철들어감은 자연스레 나이가 데려오는 선물이 아니다. 20대를 저리 보내고 30대가 된다해서 철들지는 않는다. 60이 훌쩍 넘어도 같은 모습일 것이다. 자기반성 없이 철들기란 불가능하다.


하지 않아도 될 쓴소리를 해주는 백대표가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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