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잊고 있었던 것
2주간 이탈리아 가족 여행에서 무엇인가 남았으리라 기대를 했다. 제주도로의 빈번한 여행이 내 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듯 말이다.
이탈리아 여행이 끝나고 일주일이 지났으나 얻은 게 무엇일까 생각만 한다.
시차 적응이 끝나지 않아 헤롱거리는 것도 있다. 여전히 밤낮을 바꿔 지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틈틈이 끄적거리고 싶었으나 그럴 겨를이 없었다. 가족여행에서 내게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아내와 아들의 안전이었기 때문이다.
자유여행이었기에 낯선 장소에 대한 경계심은 컸다. 소매치기로 악명이 높은 몇몇 장소에서는 신경이 곤두섰다. 여행 경험도 적긴 하지만 자물쇠를 이리 많이 사본적도 처음이었다.
구상했던 글을 되뇌며 아이디어를 끄적일 여유가 없었다. 이탈리아 쌀로 냄비밥을 성공하는 기쁨이 기대하지 않았던 유일한 이벤트였다.
얻은 게 없나? 고심하다 내가 글을 쓰고 제주도 경험을 투영한 것에 시차가 있었음을 알았다. 제주도에서 한 달을 살았던 일은 글을 쓰기 몇 년 전이었다. 경험이 내게 스며들기까지 시일이 필요했다는 의미이다. 이탈리아 땅을 처음 밟아본 내게 그 경험이 물들기까지도 시간이 필요하지 싶다.
이탈리아에서 매일 2만 보 가까이 걸었고 식당을 들락거렸으며 마트에서 장도 보았다. 이탈리아인이 사는 집을 빌려 생활했고 5개의 도시를 넘나들었다.
이 넘치는 경험들이 스며들어 쓰고 있는 글이나 새 글에 투영되었으면 싶다.
홀로 로마에서 한 달쯤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허황된 생각도 해보았다. 말도 한마디 건네지 못하면서 말이다. 전업작가도 아닌 내게 일어나지 않을 일임을 알기에 스치는 바람처럼 아주 잠시 망상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