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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설렌다지만

성향 차이

by Aheajigi

위태위태 아슬아슬 살았던 시간은 삶과 살아가는 방식에 깊은 여운을 남긴 듯하다. 생채기가 아문다 해도 그곳은 절대 상처 이전과 같지 않듯이 말이다. 흉터는 가려지는 것이지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내겐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떠한지 잘 모르겠다.


변수를 지독히도 꺼려한다. 완벽한 조치에 자신이 없기도 하거니와 다양한 이벤트들을 감당하는데 지쳐있다. 이제 그만 편하고 싶다.


그래서일까 난 익숙한 곳으로의 여행을 선호한다. 가보았거나 적어도 말이 통하는 곳 말이다.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측이 가능하던지 말이 통해 적정 수준의 변수 통제가 가능한 곳을 좋아한다.


아내는 해외를 좋아한다. 이국에서 느끼는 새로움을 한번 겪어봤기 때문인 듯싶다. 아내가 주도하는 낯선 이국으로의 여행 덕에 따라나서지만 난 출발 전부터 많은 걱정을 한다.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많은 리스크를 고민하고 있으니 말이다.


혹자는 여행을 설렌다 한다. 설렘은 기대와 두려움이 밸런스를 맞춰 어우러진 오묘한 감정이다. 내게 여행의 설렘은 두려움이 크기에 걱정으로 이어진다.


무사히 잘 다녀온 이후 아내는 내게 물어온다. 이번에 한번 다녀왔으니 다음에는 당신 혼자고 자유여행을 갈 수 있지 않겠냐고 말이다. 일말의 고민도 없이 난 무조건 따라간다 대답했다.


어찌 한마디는 말하지만 상대가 뭐라 하는지 잘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어 실력으로는 혼돈의 여행을 만들 것이 분명하다. 계획에서 어긋나는 것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변수 대처에 미흡한 내게 벅찬 부분이다.


이탈리아 여행은 분명 내게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게 한 새로움이었다. 출발 전 걱정이 뒤덮어 이것을 걷어내는데 시간이 필요하긴 하다.


이건 분명한 성향 차이겠지만, 훌훌 자유 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보면 대단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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