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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삶

일을 끊어내고 싶다.

by Aheajigi

생계가 유지되는 수단이 있다면 일을 끊고 싶다. 이건 직장인들이라면 한 번쯤 꿈꾸는 일이 아닐까 한다.

하고픈 무엇이 있어서는 아니다. 일을 기피해서도 아니다. 일을 하려면 따라오는 인간들 때문이다.

납득이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으나 불합리한 것들을 드리미는 것들이 너무 흔하다.

이삼십 대에는 그러한 것들과 거침없이 맞붙었다. 상급자건 동료건 가리지 않고 말이다. 학부모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이제는 안다. 내가 그러한들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불합리한 일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거부하면 남은 다른 일들까지도 상당한 태클을 가해온다. 오히려 더 불편함만 가중된다. 회피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내게 일이 점점 멀리하고픈 대상이 되고 있는 까닭이다.


파이어족을 위해 돈을 악착같이 모은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들은 목표로 삼은 자산을 쟁취하기 위해 여러 영역에 손을 대고 있다. 누군가는 그 꿈을 이루었고 또 누군가는 기를 쓰고 달려들기도 한다. 나처럼 지켜보는 이들도 물론 있을 것이다. 내가 발을 담그지 않는 것이 주어진 내 여건 때문은 아니다. 그들이 하는 일들이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확률 낮은 싸움에 낄 생각은 없다.



생계를 유지할 그 무엇인가 있다면 일은 당장 끊어버리고 싶다.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기에 꾸역꾸역 이어가고는 있다.


다람쥐가 쳇바퀴 돌리는 모습을 보며 안쓰러운 때가 있었다. 내 삶도 그러한 것을 모르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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