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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정리

단출한 리스트

by Aheajigi

해마다 이맘때면 관계 정리를 한다. 핸드폰에 기록된 연락처를 지우는 것이다. 대부분은 일로 얽힌 관계이기에 그 목적이 다했다.

연락해 온 제자들의 카톡도 지웠다. 그 녀석들이 연락해오지 않는 한 내가 알 길은 없도록 삭제한 것이다.


두루두루 만나서 다채롭게 살아가는 것도 좋기는 하다. 다만 내게 그럴 에너지가 없음이 문제다. 만나는 시간과 금전적인 부분에 부담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런 만남 이후에 내가 지치는 것이 이제 버거운 것이다.


에너지가 넘칠 때는 워킹 홀릭이었고 배터리가 간당간당해진 지금은 집돌이가 되어버렸다.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알고 있는 것이 필요하고 또 중요할 수 있다. 내 직업군은 그런 면에서는 자유롭다. 승진이나 여타 노림수가 있다면 달라지겠지만, 그런 일에 관심을 두지 않는 내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어쩌면 내게 관계의 복잡성은 쓸데없는 굴곡만 안겨줄지 모른다 싶다.


무료할 정도의 문안한 일상에 만족하며 감사할 따름이다.

싹 지우고 나니 스크롤할 필요가 없을 만큼의 목록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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