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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잔존하는 방식

by Aheajigi

삶이란 긴 시간의 기억은 완벽한 보존이 이뤄지지 않는다. 레코딩은 되지만 삭제되는 부분이 많다. 임팩트가 있지 않고서는 잔존하지 않는다.


오래 기억되는 사람은 만인에게 좋은 사람이기보다 자신에게 특별한 사람이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말이다.


그래서 잘 가르치려 했던 노력으로 날 기억하는 아이들은 없다. 내가 행한 어떤 일회성 행동들이 그들에게 임팩트가 있었을 뿐이다.


며칠 전 내게 교내방송으로 감사함을 전했던 아이는 난 기억도 희미한 3년 전 일을 언급했다. 세 명이 문제를 일으켰고 똑같이 진소리를 했다. 두 남자아이는 쿨하게 퇴장했고 한 여자 아이만 펑펑 울었다. 그래서 등을 토닥였던 것이다. 안아서 등을 토닥이라 말하는 아이에게 이 상황에서 그런 부탁을 할 수 있냐 되물었더니 그냥 해달라 했다. 그렇게 토닥였던 기억이 깊었나 보다. 이 녀석은 지금 내가 가르치지도 않는데 종종 기분이 좋지 않을 때면 등을 토닥여 달라 찾아오곤 했다. 이젠 너무 커서 징그럽다 해도 등을 드리미는 아이다.


누구에게 기억되고픈 사람이고 싶지는 않다. 그냥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구를 기억하는 방식은 의도함이 아닌 경우도 있음을 깨우쳤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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