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내고 보니 마음 기댈 이가 아이였다니.
강할 때는 버틴다. 늘 강할 수는 없다. 어느 순간 약해지는 시기에는 살랑이는 산들바람에도 꼬꾸라진다. 그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굴곡 없는 평탄함만 펼쳐지는 삶이라면 기댈 것을 걱정해야 할 까닭은 없다. 우린 누구나 각자에게 주어진 삶이란 시간에서 다음 스텝을 예상하지 못한다. 예측이 불가하니 좋거나 나쁜 이벤트 대비란 있을 수 없다. 막연히 마음으로 준비는 할 테지만 막상 일이 벌어지면 발을 담근 우린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 요동이 잠시 일지 아니면 장기간으로 이어질지 조차도 알 길이 없다.
한번 휘청인 삶의 흐름은 자칫 걷잡을 수 없이 커다란 파고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변곡점일 수도 있다.
기댈 누군가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건 그리 쉬이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가까운 가족 혹은 친구라 할지라도 기댐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신뢰나 든든함의 문제는 아니다. 이건 내가 털어놓지 못함이 가장 큰 원인임을 모르지는 않는다.
궁금해하거나 묻지 않았으면 싶은 일들이 많다. 해결해 주겠노라 나서는 것은 더더욱 사절이다. 그냥 괜찮다 내지는 그럴 수 있다 토닥이는 마음만 필요한데 그걸 건네는 이는 정말 귀하다. 모지라던지 과함은 다분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마음 기댈 이는 그래서 흔치 않다.
비타민 같았던 꼬맹이가 휘청이며 부러질 뻔했던 나를 버티게 했다. 다가온 것은 이 아이였지만, 지나고 보니 난 녀석에게 마음을 의지했나 보다.
기침하는 나를 보며 마치 자신이 아픈 듯이 미간을 찡그리던 아이. 괜찮은지 귓속말로 물어보았던 녀석. 물을 떠다 주겠다며 시키지도 않은 일을 했던 꼬맹이.
참 신기하다. 저런 러블리한 행동은 가르친다고 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10살 때 만났던 이 녀석 내년이면 6학년이다. 나도 내년을 끝으로 타지로 옮겨가야 한다. 요즘은 아주 가끔 오가는 길에 스치듯이 만나지만 그런 우연도 머지않았다. 어떤 선물을 주어야 할지 고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