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생소하다 싶으면 손을 들면서 모른다고 들고 나온다. 어떻게 해서든 풀어보려 노력한 흔적은 전혀 없다.
큰 소리를 버럭. 최대한 풀어보고 틀린 식이라도 세워서 가져와야 무엇을 모르는지 알고 가르쳐줄게 아니냐고.
그것도 잠시 깨끗한 책을 들고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다시 했는데 모른다고 코앞까지 나온다. 풀어본 것을 가지고 나오라 했더니 지웠단다. 연필이 지나간 자국도 남지 않았거늘. 다시 하라 말한 뒤 눈치를 줬다.
똑같이 빈책을 들고 나오려다 움찔 놀란 다른 아이가 그대로 주저앉아 끙끙거린다. 머리를 헝클어가며 애를 쓴다. 잠시 후 놀라서 주저했던 아이는 결국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다.
난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너희들이 어려운 것을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라고. 정답을 베껴 쓰거나 불러준다고 해도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절대로 생기지 않는다고.
그리고 끝으로 애를 쓰며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머리가 좋아지는 것이라고. 장황한 잔소리만 교실에 맴돈다.
아이들은 이 말은 기억 못 할 것이다. 나의 버럭만 기억하고 집으로 전달하겠지.
어쩌다가 우리의 교육은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어렵고 힘든 것은 곧장 도와달라 하는 녀석들로 몽땅 만든 것일까.
이게 시스템의 문제인지, 교육 자체의 문제인지, 양육자들의 태도 문제인지... 이 모든 것의 총화가 이런 방식으로 드러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전혀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게 뭐가 문제라 생각한다면 이 아이들이 나이가 들었을 때 난관에 봉착하면 어떤 일들이 발생하리라 보는가를 예측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