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알아서 하겠다(?)

교육 2021-3

by Aheajigi

만 10세 아이는 수행평가지를 또 백지로 제출했다. 학부모와의 통화에서 남기거나 지적을 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결국 아이로부터 한발 비켜있겠다는 약속을 했기에 아무것도 쓰지 않은 수행평가지 사진으로 찍어 집으로 통보했다.


백지로 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추측하자면 온라인 화상수업으로 진행한 도덕수업을 거의 듣지 않았기 때문인 듯. 이렇게 추측한 근거는 수업과 관계없이 키득키득 웃으면서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었겠지. 뭘 들었는지 확인차 발표를 시키거나 한 것을 보여달라 하면 발표 대신 침묵 & 보여주기 대신하는 중이라 얼버무리는 것이 다반사.


수행평가 거부 인증샷에 대한 답신으로 받은 메시지는 '감사합니다.'였다. 이 맥락에서 내가 감사를 받아야할 상황은 아닌 듯싶은데 어떤 의미로 감사하다는 것인지 의아했다. 다시 제출한다거나 보완하겠다는 뉘앙스는 전혀 없었기에 이 아이의 해당 영역 수행평가 결과는 가장 낮은 단계로 입력했다.


지금의 작아 보이는 일들이 별것 아니라 여기는 듯싶다. 중고등학교 수행평가라고 지금의 모습과 다를까? 과연 이런 양육자의 태도가 아이에 대한 보호일지 통제불능 상태의 질주로 귀결될지 심각하게 고심해야 할 듯싶은데... 교실에서 하는 평가도 거부하는 마당에 이 부분은 내가 언급할 사안은 아닌 듯.


학년말 이 아이 학부모의 연락을 받고 또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저희 아이가 수업은 잘 듣고 따라오나요?"

내내 안하던 아이가 갑자기? 그렇게 자발적으로 쉬이 좋아지리라 기대한 건지 의아했다.

"그럴 리가요."


내 역할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일지라도 부모의 뜻과 상충된다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난 아이들의 교사이지 학부모를 가르치는 위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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