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게 숙제 내주세요.

당신들이 전문가 하세요.

by Aheajigi

난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주지 않는다. 처음부터 이러지는 않았다. 이렇게 되기까지 위협과 효율성 문제가 있었다.


위협 -

어쩌다 내준 숙제에 학교를 가지 않겠다는 녀석도 있었고 받아쓰기 테스트를 하기 싫다고 학교밖으로 달아난 녀석도 있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남자아이라 생각할 것이다. 두 녀석 모두 여학생이었다.

만일 당신의 자녀가 이런 상황이라면 아이를 훈육해야 하나? 아니면 교사에게 압박을 가해야 할까?

판단은 양육 스타일에 따라 갈리겠지만, 내가 접한 것은 교사에 대한 푸시였다. 당신들의 자녀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효율성 -

오랜 시간 배우면 흔히 말하는 공부, 교육학에서 언급하는 학습능력이 향상된다 믿는다. 마치 헬스를 통해 근육을 키우는 것과 학습을 동일선 상에 놓고 같은 잣대로 다룬다.

문제는 뇌와 근육은 근간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학습이란 순간순간의 깨달음을 통해 인지부조화를 해결해 가는 고도의 정신 작용이란 사실을 모두 간과하고 있다. 근육 만들기처럼 훈련 시간에 비례해 학습 능력이 향상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도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잘한다는 또래의 발뒤꿈치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능력 차에서 비롯된 것이다.

학습이란 학생 개개인이 자신이 알고 있다고 믿는 오개념을 객관적 사실로 바꾸는 지식과 경험을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결론적으로 숙제가 학습능력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할 수 없다.


숙제를 내주면 우리 아이는 안 하겠다는 연락이 온다. 숙제가 없으면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는다며 전화를 해온다.

정작 문제는 숙제를 내고 안 내고가 아니다.

학습 능력의 효율적 향상을 위해 구성주의 기반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하려 하면 훼방을 놓는다. 대학원까지 졸업하고도 십수 년 넘게 프로젝트 학습을 연구하고 접목시켜 왔던 누적 경험이 있는 나의 발목을 어처구니없게도 학부모란 자들이 잡는다. 아마도 그들은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교육에 대한 견해가 나의 학습과 관련된 축척된 능력치보다 월등하다고 믿는 것이 분명하지 싶다.

"배가 아픈데 위산과다 같아요. 위를 보호하는 약을 처방해 주세요." 이따위로 의사 앞에서 말하는 잘난(?) 환자처럼 말이다.

1년짜리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했었건만, 작금에는 학부모들 민원에 섣불리 시도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숙제를 그리 시키고 싶으시다면 개인적으로 부과하면 될 일이다. 학습에 꼭 필요해서 부여한 과제라면 자녀의 칭얼거림을 달랠 일이지 내준 숙제를 회피하도록 만드는 어처구니없는 일은 자행해서는 안될 일이다. 중고등학교 때 자녀가 성적에 직접 반영되는 수행평가도 같은 스탠스를 취하면 어쩌시겠는가!


병원을 많이 다녔다고 의학 전문가가 아니듯이 초중고를 졸업했다 하여 교육 전문가는 아니다.

내 아이만 보고 내 아이만을 위하겠다면 공교육을 흔들지 말고 홈스쿨링을 하시면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학생 상담 누설하면 징역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