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가출 사건
기가 막힌 것은 가출소녀들이 아니었다.
잠자리에 들자마자 핸드폰 진동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저녁에 걸려오는 전화가 대부분 반갑지 않은 일이기에 받지 않으려 했다.
저녁 11시 30분. 계속 울리는 전화를 결국 받았다.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반아이들 셋이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서둘러 학교로 향했다.
"그렇게 늦은 시간까지 가정에서는 뭘 했던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상식의 범주와 다른 이들의 기준은 분명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안다. 하지만 해가지고 땅거미가 짙게 내려앉은 저녁 늦은 시간까지 자녀가 들어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11시가 넘어서야 내게 연락을 할 수 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차 안에서 계속 이 생각만 맴돌았다.
"왜 집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깔깔 거리며 학교에서는 잘들 놀았다. 특별히 이상한 징후도 없었다. 가출학생들 보호자들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왔지만 그건 내가 거꾸로 물어보고 싶었다.
'집에서 무슨 일들이 있었냐고.'
학교에 도착해서 아이들의 보호자들을 만났다. 한 아이의 엄마가 자기 딸이 저금통에 있던 10만 원 가까운 돈을 들고나갔다 했다. 일단 흩어져서 찾기로 했다. 주변 PC방부터 찾아다녔다.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나 아이들을 만날 수 없었다. 경찰서에서 아이들 핸드폰 위치추적을 하니 제법 먼 거리의 큰 시장 쪽에서 마지막 신호가 나타났다고 해서 거기까지 돌아다녔다.
새벽 3시까지 돌아다녔지만 성과는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잠깐 졸다가 다시 출근했다. 저녁에 있었던 일을 관리자에게 대강 보고하고 경찰을 따라 나가려는데 교장이란 자가 날 거슬리게 한다. 시간대별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열하란다. 만일 일이 커지면 자기 책임은 없다는 스토리를 짜기 위해 머리란 걸 굴리는 게 보인다. 정말 한 대 쥐어박고 싶었으나 지금 급한 일은 아이들을 찾는 것이기에 대강 말하고 나섰다.
경찰 말로는 핸드폰이 켜졌다가 꺼졌는데 학교 인근이란다. 반경 50m까지만 위치를 잡을 수 있어 정확하게 알 수 없단다.
'지금 연락하면 내가 막아주고 이후에는 나도 보호해 줄 수 없다.'
아이들 셋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낸 것은 학교 주변 어딘가 있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몇 분 지나지 않아 학교 울타리 바로 옆에 있는 성당 화장실에 있다는 답장을 받았다. 경찰차를 타고 성당으로 향했고 아이들 부모들에게도 곧바로 알렸다.
성당에 도착하자 부모들끼리 난리가 났다. 서로 상대 아이가 꼬셔서 가출을 했다며 싸움판을 벌인 것이다.
"멈추시고 잠깐 저 좀 보시죠."
호통치듯 소리쳤다. 그제야 싸움은 멈췄다. 아이들이 또 가출하는 꼴을 보고 싶은 게 아니라면 절대로 혼내지 마시고 오늘은 잘 토닥여달라 했다. 가출 문제는 내일 교실에서 별도로 말하겠다 했다. 아이들에게 보호해 준다고 약속했기에 난 그것을 지키려 했다.
아이들 찾아서 가정에 인계했다고 관리자에게 보고 했다. 교장이란 자는 아침에 적었던 시간대별 가출 사건 정리 종이를 꼬깃꼬깃 접어서 쓰레기통에 넣었다. 그의 입에서는 애들이 괜찮냐는 단 한마디 말도 없었다. 기대도 안 했다.
'저런 게 교장 자리에 앉아 있다니!'
무엇인가 문제가 있어 아이들은 가출할 수 있다. 하지만, 가출한 아이의 보호자란 이들은 가출이 일어난 본질을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가정이 안락함을 제공했다면 아이들이 그 둥지를 떠날 일은 없다.
교장이란 자는 자기 책임만 면하려는 작태를 나에게 보였다. 직함 뒤에 장은 책임지라 하는 것인데 앉아서 시체놀이 하라는줄 알고 있나싶다. 군림은 하면서 책임에서는 발을 빼니 욕을 먹을 수밖에.
이 무늬만 어른 꼬락서니를 한 것들을 대하고 있자니 분노가 끓어올랐다.
어쩌면 저런 것들께서 어른 탈을 쓰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정말 기가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