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릴 적 소풍날 아침밥은 항상 김밥 꼬투리로 배를 채웠다. 김밥은 10줄 이상 커다란 쟁반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동생과 나는 아기새처럼 엄마 옆에 앉아 입을 벌리고 자르고 남은 김밥 끝자락 꼬투리를 기다렸다. 그렇게 한줄한줄 자르고 남은 꼬투리를 먹다 보면 배가 볼록해지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많은 재료를 미리 준비해서 소풍날 아침 김밥을 만드시느라 어머니는 밤잠도 설치셨을 듯싶다. 지금이야 재료들이 잘 가공되어 손쉽게 말기만 하면 되지만 그땐 하나하나 김밥 속재료를 준비하셨을 테니 말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아이들 소풍 도시락을 보게 된다. 그때마다 어쩌면 이렇게 도시락을 손수 만들어주는 집이 적을까 싶은 생각이 들곤 했다.(내가 판단하는 판매용 김밥 판단 기준은 간단하다. 김밥에 들어 있는 계란 모양이 단무지처럼 두툼하면 거의 대부분 김밥전문점 솜씨다.)
그래서일까 아들 도시락만큼은 집에서 만들어 주겠다 다짐했다. 수많은 김밥 옆구리를 터트리면서 어느 정도 노하우를 쌓았다. 물론 지금도 종종 김밥 옆구리는 터트린다.
아들 유치원은 소풍이 참 자주 있었다. 나름 김밥과 유부초밥을 섞어서 도시락을 만들어주곤 했다. 작은 입에 쏙 들어가야 하니 김밥은 작게 만들어어 했고 망치기도 많이 했다. 여느 때처럼 도시락 준비를 하러 마트를 가는데 아들이 엄마랑 무슨 긴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엄마! @#₩%^&"
뭐라고 작게 말하니 잘 들리지는 않았다.
"친구 도시락을 봤는데, 소시지가 문어 모양인데,....."
아들의 의도를 알아들었다. 아내와 나는 아들이 본 문어 쏘시지를 상세하게 물었다. 다리는 네 개였고 눈알이 붙어 있단다. 곧바로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조리법이 나온다. 칼집은 두 번 내서 네 개의 다리가 생기도록. 눈알은 빨대로 슬라이스 치즈를 콕 찍어 만들고 데친 소시지가 식기 전에 몸통에 붙일 것. 눈알은 검은깨를 이용할 것.
결국 몇 차례 시도 끝에 문어 소시지 만들기를 성공했다. 이튿날 아들은 일어나자마자 소풍 도시락에 문어 소시지를 확인한다.
"오~ 이거 맞아요."
흡족해하는 아들을 보며 나도 웃었다. 아침잠 많은 아내는 그제야 일어났다. 아들이 합격이라하니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살짝 불안함은남아 있었다. 이번에는 아들이 소풍에서 또 어떤 도시락 보고 올지 마음에 준비를 해야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