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주고받기

독이 될런지 약이 될런지

by Aheajigi

기성세대는 거짓말이 나쁘다 다음세대에게 말하곤 한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들은 뒤돌아서서 거짓말을 밥먹듯이 한다.


아이들은 태어나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처음으로 양육자의 거짓말을 접한다.

"이거 하나도 안 아파" 내지는 "조금 따끔할 거야."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예방 접종을 위해 병원에서 꼭 하는 거짓말이다. 엉성한 아빠였던 나 또한 다르지 않았다.

피부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주삿바늘이 안 아플 리가! 말을 못 해서 그렇지 갓난 아이가 만일 자신의 의사 표현을 확실하게 했다면 왜 거짓말을 했냐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


아들도 성장하면서 거짓말을 한다.

"산타할아버지가 근데 어떻게 내가 갖고 싶은 장난감을 정확하게 주시지????"

11살 즈음해서 아들이 던진 물음이었다. 그때부터 아내나 나나 아들이 산타가 없음을 눈치채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아들은 산타라는 허구 인물이 주는 선물이니 마음껏 크기를 부풀리기 시작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한동안 고민했다.


'산타의 실체를 드러내자.'

엄마가 늦게까지 일해서 산타 할아버지가 우리 집에만 선물을 놓지 않고 지나가면 어떡하냐고 울면서 아내한테 타박했던 꼬맹이 아들이었다.

또래들과 어울리면서 많은 정보를 접하고 판단함을 모르지는 않았다. 7살 때는 유치원에서 친구들한테 무슨 말을 들었는지 집에 와서 갑자기 학습지란 건 절대 안 한다고 했다. 학습지를 시키지도 않았기에 이게 무슨 소린가 했다. 아들에게 자초지종을 들었더니 유치원에서 친구들이 학습지란 걸 하기 시작하면 힘들어진다고 했단다. 이 꼬맹이들이 무슨 정보를 주고받는지 참 궁금했다.


아내가 조근조근 아들에게 물어보니 산타 논쟁은 1학년때부터 있었단다. 그리고 2학년이 되어서는 산타가 있다고 믿는 아이들이 같은 반에 거의 없었다고 한다. 엄마나 아빠가 선물을 놓는 것을 들키는 일부터 산타는 거짓말이라고 동심을 파괴하는 보호자까지 참 각양각색이었다고 했다. 결국 아들도 산타가 없음을 알아차렸으나 선물도 함께 사라질 것까지 생각이 이어진 모양이었다. 그렇게 2년 이상 산타가 있다고 믿는 것처럼 연기한 것이었다.


아들과의 긴 협상 끝에 선물 가격선을 정했고 크리스마스 선물은 초등학교 때까지만 주기로 정했다.


살면서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간에 참 많은 거짓말을 주고받지 싶다. 얼렁뚱땅 아빠의 거짓말이 아들에게 상처로 남는 일들은 없도록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