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 무용이나 학예회 공연의 질을 올려라?

한심한 행사

by Aheajigi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한동안 운동회 무용과 기마전은 필수처럼 행해졌다. 운동회가 학생들이 즐기는 경기로만 이루어져도 줄을 세우고 입퇴장 연습을 한답시고 일주일은 허비한다. 줄을 곧게 서고 차렷 자세에서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 게 학생들에게 왜 필요한 건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제식 훈련은 군대에서나 필요한 일이고 정작 이를 강조하는 그 관리자는 군대란걸 남들처럼 길게 갔다 온 이들도 아니었기에 납득이 안 갔다.

무용이나 기마전이 운동회에 추가되면 연습기간은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부채춤이 주를 이루었던 무용은 여자 아이들 피부를 까맣게 만들었었다. 기마전은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위험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분쟁만 만들었다. 이게 아이들을 위한 위한 운동회인지 구경온 노인들을 위한 운동회인지 어처구니없는 행사지 싶었다.


봄철 운동회로 한바탕 난리를 치르면 가을은 학예회로 또 한 달을 허비한다. 종합학습발표회가 정식 명칭이지만 학예회는 정말 학습과 거리가 먼 보여주기식 행사일 뿐이었다. 리코더 연주 한답시고 한 반 무더기로 올리면 리코더 다루기를 싫어하는 녀석들은 리코더를 입에만 물고 손가락으로 움직이는 시늉만 했다. 춤이나 연극도 다를 바 없었다.

이런 쓸데없는 학예회 연습을 난 열심히 시키지 않았다. 내가 이런 교육과 상관도 없는 일에 열정을 보이면 아이들만 힘들어질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걸 눈치챈 건지 교장이 학예회 공연의 질을 올리라고 회의 시간에 말했다. 난 또 늙은 개가 짖는구나 넘겼다.


운동회건 학예회건 학생들 행사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즐겁게 참여하는 전제하에 시작해야 한다. 프로그램 일체를 일방적으로 정하고 학생들은 따라오라 하니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이 있을 리 없다.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한 번만이라도 생각했다면 수십 년간 이따위로 진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제 운동회는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학예회는 남아있다. 학력이나 진학을 최고 목표로 두고 성적이 중요하다 난리를 치면서 예체능이 주를 이루는 학예회가 말이나 되는 소리인지 묻고 싶다. 학교에서 하는 정상적인 수업 결과물이 아닌 별도로 준비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들 좀 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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