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신경 1도 없는 내가 농구부를 지도하다니

내가 잔뜩 골을 부렸던 까닭

by Aheajigi


코치도 없는 농구 지정 종목을 가르치는 업무를 받았다. 전문 지도자도 아니었기에 팀전술은 당연히 몰랐고 어설픈 개인기 위주의 지도만 했다.

그 당시 1년 예산은 달랑 200만 원. 학생들은 농구화가 없어 시합에서 계속 발이 미끄러져 심판에게 파울 휘슬을 들으며 공격권을 연이어 빼앗겼다. 심판도 불다 불다 지쳤는지 점수가 20점 차이가 나니 아예 외면을 해버렸다.

원정 유니폼도 없어 우리와 경기하는 상대팀이 홈유니폼 대신 원정유니폼을 착용해주는 웃지못하는 일들까지 이어졌다. (홈에서는 고유 컬러 유니폼을 입고 원정을 가서는 흰색 유니폼을 입는게 당시 규칙이었다)

식대와 간식값으로도 빠듯한 운영비로 장비구입은 불가능 했다. 결국 교감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교감의 어이없는 반응에 언성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내일이라면 그냥 넘기거나 피하면 그만이지만 이건 시합에 나가는 학생들 문제였기에 양보할 수 없었다.

교감이란 자는 내게 농구부 성적이 나야 예산 지원을 해주겠다 했다. 운동화가 미끄러져 계속 공격권을 빼앗기는데 어떻게 이기냐고 되물었다. 그래도 성과 없이 지원은 불가능하단다. 지원을 해야 성과가 나지 어떻게 성과가 난 뒤 지원을 하냐고 버럭 성질을 냈다.

'그게 가능하면 당신이 지도를 하시던가!'

이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그건 참았다.


그렇게 어렵게 지도를 하는데 이번에는 지역교육청 장학사란 자가 점검을 나온단다. 알고는 있었으나 코치도 지원해주자 않으면서 점검이라니... 힘들여 지도하는 마당에 쓸모없는 이런 자를 신경 쓸 여력은 없었다.

왠 낯선 자가 강당 문 앞에서 팔짱을 끼고 쳐다본다. 너보다 높은 자가 납시셨으니 납작 엎드려 인사라도 하라는 꼬락서니다. 그런 작태를 봤지만 아는 척도 안 했다. 10여분 기다리다 나에게 다가온다.

구둣발로 강당에 들어오면 어떻게 하냐고 소리를 쳤다. 뻔히 장학사란 걸 알면서 소리친 것이다. 제대로 지원도 안해주는 것에 대한 내 대답이기도 했다.

신발을 털고 들어와서는 자신이 장학사라 먼저 소개한다. 고개만 까딱 숙여주었다. 그리고는 일장 연설을 시작하려 하기에 "똑바로 안 해!!!" 냅다 소리를 질렀다. 시선은 운동하는 아이들을 향했지만 그건 장학사 들으라고 한 소리다. 장학사는 내가 시선도 마주하지 않고 소리만 치자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다.


교육청 잔소리는 애초에 차단했고 교감과는 애들한테 쓰는 돈을 지금 내가 구걸하는 거냐고 대차게 받아치며 겨우겨우 농구부 아이들 신발과 유니폼을 사주고 부식도 먹였던 기억이 난다.

먹이고 입힐 때마다 아이들은 좋아라 했다. 난 다시 지원을 받기 위해 또 얼마나 관리자와 싸워야 하나 걱정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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