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서의 터닝포인트

전혀 새로운 연수.

by Aheajigi


교사들이 흔하게 저지르는 오류 중 한 가지는 교사가 되기 위해 배운 방식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본인이 학창시절 공부했던 방식을 학생들에게 답습시키는 것이라 한다.

교사를 양성한다는 교대 교수들에게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대한 무엇인가를 내가 배운 게 있었나 싶기는 하다. 교수들은 단지 지식만 전달했을 뿐이었다. 교수란 자들은 자신의 방식을 일선 학교 현장에 적용하고 그 결과값을 피드백받아 교대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살아있는 지식을 전달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 뜬구름 잡는 망상들 뿐이었지 싶다.


나 역시도 내가 공부한 방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우매함에서 조금도 어긋나지 않았다. 이런 패턴이 잘못이란 생각조차도 못했으니 말이다. 경력이 많다고 훈장인 양 자랑하는 선배 교사들은 물론 전혀 보탬이 되지 않았다.

새로운 것을 배우라는 연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말 쓸모없는 내용과 빈약한 구성에 시간만 흘려보낼 뿐이었다.


인텔이란 로고가 붙은 연수가 있기에 '또?'란 생각이 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연수를 한번 경험한 적이 있었기에 보인 반응이다. MS 후원을 받는 연수는 반나절에 프로그램 한 가지를 소개했다. 연수의 주목적은 프로그램 학습이 아닌 정품을 써라였다. 연수 말미에 사은품을 추첨하는 웃지 못할 일을 보고선 피식 쓴웃음을 지었었다. 뭘 하라고 시키지는 않았기에 부담은 없었다.

연수 시간은 채워야 했고 부담이 없어 보이는 인텔 연수를 신청했다. 연수당일 등록부에 날인하는 순간 뭔가 다름을 직감하긴 했다. 전화번호부 마냥 두툼한 연수 교재에 화들짝 놀랐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인텔사에서 전 세계에 보급하는 연수를 내가 덜컥 신청했던 것이었다. 연수는 교사들을 잠시도 가만두지 않았다. 학생처럼 과제를 해결해야 했고 협업은 필수였다.


"Thinking With Technology"

고3 이후로 영어는 아예 손을 놓다 보니 연수 타이틀을 보고도 이게 뭘까 싶었다. 테크놀로지를 단순하게 기술로 번역하니 컴퓨터나 프로그램 활용교육 정도로 생각했다. 제대로 번역허자만 이 연수는 사고력의 정교화였다.


2주간에 걸친 연수는 힘은 들었지만 충격 그 자체였다. 암기가 공부의 미덕으로 맹신한 나에게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협업을 하는 과정에서 정말 사고가 정교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수 이후 학생들에게 적용하면서 변화된 점도 비슷했다. 학생들이 질문을 듣고 발표를 하면서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유를 들어가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학생들 사고력의 깊이가 뚜렷하게 달라진 것이었다.


암기하라고 학생들을 다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맹렬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생각을 키울 수 있도록, 실질적인 학생들 학력증진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었다. 연수는 없어졌고 연계 사이트도 폐쇄되었지만, 난 여전히 학생들에게 이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또 이런 연수가 있나 찾아봤지만 내 기대를 충족시키는 연수는 이후로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연수 덕에 난 지금도 프로젝트 학습을 이전보다 월등한 수준으로 구성하고 학생들에게 적용한다. '연구대회 전국 1,2등급 및 지도안 대회 장관상 ㄱ회, 사기업 교육연구 부문 최우수상' 이 모든 것ㅇ 근간도 앞서 소개한 연수 경험 덕이다.


AI가 화두가 되면서 시대가 또 급변할 듯싶다.

나에게 또다시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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