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었던 관리자.

내가 현명했다면 조금이라도 달랐을까?

by Aheajigi

1. 농구화 없는 농구부

교감의 훼방: 운동도 못하는 나에게 코치도 없는 도지정 농구부를 운영하란다. 있는 자료 없는 자료 끌어모아 그럭저럭 아침 시간에 지도를 했다. 9시가 되면 담임이었기에 헐레벌떡 교실로 뛰어들어갔다. 도대회를 앞두고 농구화 문제로 교감과 언쟁이 붙었다. 농구화가 있어야 대회를 나갈 수 있다 하니 신던 운동화로 경기하란다. 이건 맨발로 뛰란 것과 다를 바 없다 하니 실적이 없어 지원이 불가하단다. 지원을 해줘야 실적이 나지 않냐고 반문했지만 절대 안 된단다. 이게 지금 내 물건 사달라는 것도 아니고 학생들 장비 구입해 달라는 건데 이렇게까지 길게 말을 해야 하는 사안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결국 아이들이 평소에 신었던 운동화 바닥을 물걸레로 닦은 뒤 경기에 출전했다. 농구 규칙을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신발이 플로어에서 미끄러지면 공격권을 빼앗긴다는 사실을 말이다. 운동화 때문에 아이들은 계속 미끄러졌고 심판은 계속 휘슬을 불었다. 한 20여 차례 불더니 나중에는 못 본 척해준다. 이미 점수차는 30점을 훌쩍 넘어 완벽하게 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교장도 그 모습을 보더니 얼굴을 가렸다. 그 사건으로 결국 농구화는 학생들에게 지급될 수 있었다. 농구의 'ㄴ'자도 모르는 교감 덕에 농구부 아이들 사기는 벼랑 끝으로 추락했다.

(농구부 아이들 지도하다가 새끼손가락 인대가 끊어져 12주가량 병원을 들낙거렸지만 아무런 치료비 지원도 없었다.)


2. 결재 셔틀

관리자 간 불화의 불똥: 교감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갖고 가는 기안마다 교장은 붉은 펜으로 낙서질이었다. 지금도 아래와 다음의 차이를 모르겠지만, 교감이 아래라고 고치라 하면 교장은 다음이라 다시 수정하라 했다. 맞춰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몇 달째 매번 이 낱말 갖고 기안지에 바꾸기 지랄들을 하시기에 나도 화가 났다. 하루에 끝날 일들이 이 짓거리 덕에 나흘을 넘기기도 했으니 말이다. 사람을 갖고 노나 싶어 나중에는 빨간펜으로 낙서질을 하거나 말거나 결재해 달라 했다. 내 표정이 울그락불그락 변해서였을까 그 이후 같은 결재 셔틀은 당하지 않았다.


3. 야영 사건

특정한 일에만 부지런(?)했던 교장과 언쟁: 보통 야영이나 수학여행은 담당자가 장소를 정하고 기안을 올린다. 그때 교장은 자가 장소를 정해서 담당자에게 통보했다. 야영도 수학여행도. 왜 그런 건지 그건 직접 보고 들은 것이 없기에 언급하지 않겠다.

학생들을 데리고 야영을 갔고 장난치다 아이 머리가 깨졌다. 꿰매야 했기에 일단 치료를 했고 교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소식을 듣더니 나보고 대뜸 뭐 했냐 한다. 복도에 서서 아이들 상태 확인 했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다치냔다. 선생님들이 어떻게 150명 넘는 학생을 모두 완벽하게 관리하냐 되물었다. 야영장 조교들은 뭐 했냐 다시 묻는다. 어디 있는지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했다. 도대체 뭘 하냐고 전화로 소리를 지르기에 그 성질을 왜 나한테 푸냐고 교장에게 되받아쳤다. 야영업체는 교장 당신이 결정하고 사고 책임은 왜 나한테 묻는 거냐는 뉘앙스를 짙게 풍긴 것이다.

이 업체 출발 전부터 간식은 가져올 수 없다기에 나와 한바탕 난리를 쳤다. 삼시세끼 외에 간식을 먹으면 학생들이 배탈 날 수도 있다는 핑계를 업체에서 꺼내 들었다. 세면도구, 갈아입을 옷, 용돈만 지참 가능하단다. 한참 옥신각신해도 소용은 없었다. 해서 나도 충분한 답변을 드렸다. 학생들 간식도 가져가지 않을 테지만 야영장 내 매점 열기만 하면 가만 안 두겠다고 (아마 부숴 버리겠다고 했던 듯...). 아이들이 간식으로 탈이 나면 안 되니 그렇게 나도 조치하겠노라 말이다. 몇 시간 뒤 업체 사장이란 자가 연락을 다시 해왔고 직원이 잘 몰라 실수를 했다며 사과를 해왔다. 업무담당자를 얼마나 하찮게 봤으면 매점 매상 올리겠다고 이런 꼼수를 쓰나 싶었기에 화가 났던 것이다.


4. 교장과 한판 (1)

외상을 강요했던 교장: 수업시간 전화를 걸어와 교장실로 오란다. 못 간다 했다. 목소리를 점점 올려 그래도 내려오란다. 전화기 코드를 뽑아버리고 내부 메신저는 오프 시킨 뒤 수업을 이어갔다. 실무사가 쫓아왔다. 교장실 호출이란다. 수업을 끝내고 내려가니 이미 교장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교실에 필요한 기기가 없는지 묻는다. 없다고 했다. 갑자기 실물화상기 카탈로그를 드리 민다. 이거 어떠냐 한다. 필요 없다고 했다. 가르치는데 중요한 건데 이게 왜 필요가 없냐 소리를 친다. 이미 교실마다 비치되어 있는데 왜 더 필요한지 되물었다. 오래되어 바꿔야 하지 않겠냐 다시 차분한 척 물어온다. 오래된 것은 맞지만 현재 관련 예산은 모두 소진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내년 예산을 끌어다 쓰자고 한다. 없는 예산을 어찌 끌어오냐 했더니 외상으로 사면된다고 한다. 난 절대 할 수 없다고 했다. 교장이 시키면 하는 거지 어디서 거부하냐 고함을 친다. "그렇게 중요하다 싶으시면 직접 기안하시고 손수 결재하시죠. 학교에서 빚을 지고 물건을 사는 것은 들어본 적도 없거니와 책임은 내가 질 텐데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걸 하겠습니까?" 교장문을 닫고 나와버렸다. 결국 그 해에 그 물건은 구매는 나의 반대로 불발되었다.


5. 교장과 한판(2)

측정 결과를 강요했던 교장(전국단위 기초학력평가?)과 한판: 6학년 담임들을 교장실로 불러들인다. 매월 국영수 시험을 치렀던 학교였다. 70점도 못 넘기는 평균 점수를 보여주며 왜 이런 성적이 나왔는지 교사들에게 추궁을 한다. 가만히 참아보려 했건만... 교장과 교감은 교사들이 잘 못 가르쳐서 이런 거 아니냐는 추임새를 계속 내뱉고 있다. 내 차례가 왔기에 터트리고 말았다. "매달 교과별로 한 단원을 시험 범위로 하고 문제를 출제하면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당연히 문제의 난이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이걸 갖고 성적이 왜 안 나오냐 물으면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교장은 상식이란 단어에 충격을 받아 소리를 버럭버럭 질렀다. 나도 이에 지지는 않았다. 내가 이리 강경하게 대치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서로 내뱉지는 않았으나 오후 늦게까지 보충 수업을 시키려는 의도를 읽었기 때문이었다. 교장실에서 벌인 교사 추궁은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보충수업에 대해 거부하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던 것이다. 교감 손에 교장실에서 끌려 나왔고 교감은 그러니 보충 수업을 하잔다. 교감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학생 가출을 막을까요? 아니면 보충수업을 할까요" 난 둘 중 하나만 할 테니 나머지 일은 관리자 두 분이 직접 챙기라는 통보였다. 교감은 잠시 생각하더니 학생 가출을 막아달라 했다. 결국 교장이 의도한 오후 6시까지 보충 수업은 진행되지 않았다.


내가 더 현명했다면 수월한 대처가 가능했을 테지만... 그땐 그러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는 타학교로의 이동이었다. 사실 옮겨봐야 그 밥에 그 나물이었으니...

직장은 어디든지 답답한 상급자가 있으니 이건 왜 달라지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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