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일이다.

넓게 대강 아는 건 독이다.

by Aheajigi

화장실 등이 갑자기 나갔단다. 방과 거실등은 LED등으로 갈아서 손이 안 가는데 화장실은 형광등이라 주기적으로 갈아주어야 한다. 방과 거실 등을 모두 직접 뜯어 LED등으로 교체하면서 지쳤기에 화장실은 내버려 둔 것이 화근이었다. 마트에서 형광등을 사와서 교체했건만 불은 들어오지 않는다. 안정기 문제임이 분명했다. 예전에 뜯었던 안정기를 베란다 수납장에서 찾아 결국 교체를 했다. 몰랐다면 기술자를 불러서 시켰을 일을...


군대 말로 딱 중간만 하라 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했던가. 뭘 조금이라도 안다 싶으면 그것이 곧 일이 되어버린다. 노동이 더해진 만큼 대우가 달라져야 하지만, 적어도 학교라는 곳에서 그런 것은 없다. 일반 직장도 아마 별반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일을 할 줄 아는 이에게 일은 쏟아지듯 몰린다. 추가된 일에 따른 보상이라곤 고맙다는 인사말뿐일 것이다.


"별거 아닌데 좀 도와줘!"

이건 명백히 말에 어폐가 있다. 별것도 아닌 것에 왜 도움이 필요한 것일까? 그 일이 별것 이기 때문에 도와주란 것인지 별것도 아님에도 그것조차 못해 도와달란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어찌되었건 양자 모두 도와주는 이에게 부담이 됨은 달라지지 않는다. 해서 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기도 하다.

도와주지 않으면 매정한 사람처럼 몰아가는 분위기도 기가차긴 마찬가지다. 그래서 완강하게 거부 의사를 전달하지 못한다. 흔쾌히 도와주겠다 말하지도 않는다. 이래저래 피해버린다. 전화를 받지 않던지 조퇴를 내고 달아나던지...

직장 생활은 제 몫을 하는 곳이지 도움을 주고받는 친목단체는 아니다. 급여에 어울리는 몫을 해내지 못한다면 분명 민폐다. 민폐를 일으킨 부류들이 오히려 한가하니 이건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해서 이제는 내 스스로 말을 줄인다. 뭔가 안다 싶으면 일로 떠넘기기에 그렇다. 물어보기 전까지 절대 아는 체 하지 않으며 물어본다 한들 몇 마디 조언에서 절대 넘어서지 않는다. 얕고 폭넓은 앎은 일을 부르는 폭탄일 뿐이다.

모르는 척 존재감 없이 사는 법을 익히는 중이다. 잘한다는 추임새에 우쭐거린 때도 있었지만, 그건 결국 박수갈채에 놀아난 광대 꼴이었다. 이제 그럴 나이는 지나기도 했다.


하고 있는 일들을 조금씩 깊게 알아가야 할 시기이다. 더 이상 넓게 알고 싶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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