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반텐주 출장을 10일가량 다녀온 적이 있었다. 섭씨 34도, 습도 90% 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한국에서 하던 것처럼 인도네시아에서도 뛰어다녔다. 그러다 갑자기 현기증이 올라왔다. 가쁜 숨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고 어지러움은 더해갔다. 벽에 기대 잠깐 서서 호흡을 가다듬어보려 애를 썼다.
무더위와 높은 습도를 내 몸이 감당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바쁘지도 않았건만 조바심 때문인지 계속 뛰어다녔던 것이 원인이었다.
접수 문서가 도착하면 대부분은 당일, 늦어도 사흘 안에 관련 내용을 발송하여 마무리했다. 빨리 처리한다고 일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지만 서두르는 습성은 본능인 양 깊이 각인되었나 보다. 공문과 일거리가 쏟아지면 집으로 돌아와서 나만의 재택야근을 하곤 했다.
일의 경중이나 시급성을 따져 나눠서 일을 했더라면 무리하지 않았을 텐데라고 지금은 생각하지만, 이삼십 대 때는 그것을 몰랐다. 일처리에 대한 조바심이 주는 것이라고는 불안과 과로뿐임에도 말이다. 그래서 20년 교직 기간 내내 허덕거렸고 결과적으로 이젠 번아웃이 수시로 찾아온다. 처음에는 나이가 들어 계절을 타나 했다. 무기력은 간절기뿐만 아니라 춥디 추운 겨울에도 다가왔다.
여전히 조바심을 깨끗하기 버리지는 못했다. 허덕이지 않으려 노력하고 일을 느긋하게 처리하려 애쓰는 것뿐이다.
멀찍이 물러나려 하니 해왔던 것들이 참 별것 아니었구나 싶어 보인다. 이게 뭐라고 몸을 상해가며 해왔었나... 미련한 내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