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heajigi May 31. 2023

아이들 글쓰기 지도

밑작업이 필요하다.


 그림 네 컷을 제시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보라는 차시가 있다. 10살짜리 능력을 감안한 것인지 책 반페이지 분량의 열 줄 남짓 공간을 채우도록 가르치란다.

 80분 두 차시 내에서 지도한다면 그 정도 분량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얼마 안 되는 그 공간도 채우지 못하는 아이들이 절반은 넘을 수 있다는 사실도 20년이 넘는 경력으로 익히 알고는 있다.


 "10살의 글쓰기 능력치를 끝까지 끌어내보고 싶었다."


 등장인물을 상상해보도록 지도했다. 커다란 전지를 주고 졸라맨 형태로 사람을 그린 뒤 나이, 성격, 취미, 가족관계, 좋아하는 것, 인간관계.... 등등 알고 싶은 모든 것을 상상하여 나열하도록 하였다. 처음 머뭇거리던 아이들도 이 모둠별 활동에 금세 적응했는지 등장인물 셋을 열심히 분석하다 80분이 지나갔다. 사건의 흐름(기승전결)을 만들고 배경까지 유사한 방식으로 학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였다. 아이들이 글을 쓰기 위한 일종의 밑작업을 6차시(240분)에 걸쳐 진행한 것이다.


 상상이 글쓰기로 연결되는 것은 또 다른 높은 장벽이 있음을 알기에 아이들이 좋아라 하는 과자를 당근으로 제시했다. 몇몇 아이들은 몰입해서 쓰느라 정신이 없다.


 10명 남짓한 아이들이 1000~2000자 분량의 글쓰기를 완성했다.(요즘 중학생 아이들도 이정도 글을 생각만으로 써내려가지 못하는게 부지기수다.) 이제 겨우 10살 꼬맹이들 치고 잘했기에 아이들 쓴 작품을 사진으로 찍어 가정으로 보내며 집에서도 꼭 칭찬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녀석들 아마도 이 날이 인생 최대의 글을 쓴 날일 듯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잘 자라준 아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