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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Jun 04. 2023

매달리는 아이들

난감하다.


 쉬는 시간만 되면 아이들이 매달린다. 떨어지라 밀어내면 오히려 더 찰싹 붙는다. 무슨 할 말이 있어서도 아니다. 왜들 이러는지... 매몰차게 잘라내면 서운하다할까 조용히 타이른 게 이지경에 이르렀다.


 기침이 이어져서 말을 아낀다. 연이은 기침에 흉통을 넘어 두통까지 찾아온다. 쉬는 시간, 기침을 진정시키려 가슴에 손을 얹고 있으니 이것도 놀이의 대상처럼 보였나 보다. 매달린 아이들이 이제는  PCR 놀이를 한다. 가슴에 올린 내 손위에 아이들이 손을 올리고 눌러댄다.

 "꾹 꾹, 선생님 숨 쉬세요."


 자리를 피해 보기도 했다. 학년 연구실 소파에 앉아서 쉬는 시간만큼 이라도 떨어져 있으려던 생각이었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학년 연구실까지 따라와 매달린다.


 수업시간에는 기침을 참아가며 수업에 진을 빼고 쉬는 시간은 아이들의 매달림에 쉴틈이 없다. 하는 수 없이 방과 후 아이들을 돌려보내고 교실문을 잠근다. 수업이 끝났음에도 다시 교실로 되돌아와 매달리는 녀석 때문이다. 문을 두드리고 창문을 열고 문자 폭탄까지 이어진다.


 "매달리는 건 선생님 말고 아빠한테만 하면 어떨까?"

 아이가 배시시 웃으며 대답한다.

 "학교에는 아빠가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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