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시험문제 출제로 합숙감금 되었던 적이 있었다. 하필 합숙장소가 모텔이었고. 그곳이 내게 힘들었던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붉은색 위주의 조명으로 글자가 잘 보이지 않았다. 문제를 어찌 내라는 건지!!!
둘째, 쉼 없이 들낙이는 남녀들과 그들이 방에 들어와서 뿜어대는 소음이 상하좌우에서 들려오다 보니 잠을 잘 수 없었다. 쪽잠으로 5일을 버텨냈다.
셋째, 밥을 먹고 들어오는 모텔 엘리베이터에서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얼마나 나를 위아래로 살피시던지 닳는줄 알았다. 왜? 남자끼리 타고 있었으니까? 이상한 짓거리는 자신들이 하고 왜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는지. 하긴 시험문제를 모텔에서 출제하라는 발상이 더 이상하지.
공적인 일 때문에 첫발을 내디딘 모텔이란 곳은 나에게는 지저분한 낯선 경험이었다.
박달재란 곳에 가면 나무 장승을 많이 깎아 두었다. 그곳이 현장학습 장소가 되면서 담임들이 한걱정을 하던 일이 있었다. 난 뭐가 이들의 걱정을 자극했는지 몰랐다. 그 장승들의 실체를 검색해서 사진으로 보고서야 어떤 점이 우려되었는지 눈치챘다.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선입견 없이 볼 수 있도록 아이들을 가르쳤다.
"르네상스 시대 조각상과 조선시대 여인들 사진."
르네상스 시대 조각상을 보여주면서 신체의 아름다움을 말하였고 더불어 가슴이나 음경 혹은 엉덩이를 지나치게 과장해서 크게 만드는 것은 풍요(가슴) 및 다산(음경)을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잘 못 먹고 수명이 짧았기에 일어난 간절한 바람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조선시대 서민 여인들의 복장은 더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평민 여인들이 저고리 밖으로 가슴이 보이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은 놀랐다.
"왜 이렇게 입고 있을까?"
옷이 없어서라는 정답을 유도했고 조선시대에서 이런 모습은 지극히 당연했기 때문에 지금 생각하는 변태스러움은 아니란 것을 지도하였다. 그 모습을 한 사람보다는 이상하게 바라보는 생각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후 진행된 현장학습에서 단 한건의 불미스러움도 일어나지 않았다. 민원전화 또한 없었다. 다른 반들은 약간 시끄럽기도 했다 들었다.
성교육은 벗고 안 벗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누드비치는 성폭력이 쉴 새 없이 일어나야 하지만 그런 일은 없다. 성폭행은 범죄를 실행하는 사람 자체의 문제이지 노출수위 때문이 아니다.
대학교 수업에 누드 크로키가 있었다. 시작 직전까지도 호기심 어린 두근거림만 가득했다. 하지만 누드 크로키란 것을 해본 사람이면 알 것이다. 사람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 모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눈과 손이 함께 따라가는 협응작업의 반복이란 사실을 말이다. 1~2분 내외로 크로키 한 장을 완성해야 하기에 바빠도 너무 바쁘다. 야한 생각이나 감상? 그건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잡념이 사고를 지배할 때나 가능한 일이다. 세 시간 이어지는 수업이 끝나면 영혼까지 탈탈 털린 듯 힘이 쭈욱 빠진다. 학점이 걸린 수업에 감상은 사치다. 부모가 신보다 높은 건물주라 물려받을 재산이 많으시면 모를까! (그때고 지금이고 나에게 삶은 여유란걸 주지 않았다. 늘상 치열했다.) 아무런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고 시시껄렁한 이상한 농담도 당연히 없었다.
성교육 교재는 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함이지 그것이 행위를 조장하여함은 아니다. 오히려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을 도구로 이런 정보를 다채롭게 접하는 일이 많다. 10대들의 눈을 가리고 손을 묶지 않는 이상 이런 정보의 차단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유익하지 않은 정보를 접했을 때 걸러내는 힘을 길러주어야 하고 그것이 교육인 것이다.
성교육 교재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볼 만큼 기성세대의 성윤리 의식은 추악한 수준이다. 성교육 교재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불륜과 패륜이 난무하는 아침드라마는 왜 그리 꼬박꼬박 보시는지 & 어른들의 성윤리 의식이 높았다면 그 많은 모텔의 성업이 가능했을까?
내가 색안경을 낀 건지 그들의 시선에 색안경이 씌워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