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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경험해야 수긍한다.

만족과 불만족은 관점의 차이일뿐

by Aheajigi

30대 중반 담낭 제거 수술을 했습니다. 이튿날 몸은 몹시 불편하기만 했고 통증은 계속 밀려왔습니다. 운동이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의사의 말에 수술한 배를 움켜잡고 병실을 나섰습니다. 그만큼 서둘러 병원이란 곳과 아픔의 시간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어디 가세요?"

어제 오후에 수술받은 환자가 이른 아침에 돌아다니니 간호사들이 놀라 쫓아 나온 것입니다.주치의 또한 시킨다고 그대로 운동한 사람은 처음봤다며 황당해 합니다. 어쩐지 아파도 너무 아프다 했습니다. 다른 환자들은 이걸 어찌 견뎠나 했더니만. ^^;;


몇 시간 뒤 같은 병실 옆침대에 췌장암 환자가 누웠습니다. 아픈 척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한 달째 금식 중이라는 말을 듣고는 꼬르륵 거리는 내 배를 움켜쥐었습니다.

'이 눈치 없는 내 배야! 지금 이럴 타이밍이 아니라고!'

만족도 감사함도 우린 수시로 잊고 삽니다. 오늘이 어제 생을 마감한 누군가가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내일이란 말을 글로 알고 있지만 절대로 실감하지 못할 만큼 말입니다.


내가 뜻하는 데로 세상이 흘러가지 않는 것은 내 욕심 때문이지 세상 탓은 아닙니다. 큰 불행이 내게 안기지 않은 것만으로도 꽤 근사한 일일 텐데 그것을 망각하니 삶은 불만족스럽고 점점 더 초라하게만 보이는 것은 아닐까 반성합니다. 뭔가 대단한 삶을 바라는 건 아니었지만, 드라마 속 낭만적 삶을 막연히 그렸었나 봅니다. 큰 굴곡 없는 삶에 만족해야겠다 생각하며 마음을 비워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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