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지 않는 책임자
학교에 진정한 관리자는 없다.
직급이 올라간다는 것은 책임질 일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말단보다 일이 줄어들면서도 급여를 더 주는 까닭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20년간 10명 넘는 관리자를 겪었다. 책임지는 관리자는 한두 명뿐이다. 그 외는 저런 게 뭘 하겠다고 책임자 자리에 앉았는지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평교사 시절 개차반 같았던 인물들이 부산스레 점수를 모아 승진이란 것을 한 것도 보았다. 콩 심은대서 팥이 나올 일 없다고 엉망이면 더 엉망이었지 교장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젊은 시절 버릇 개 못준다고 학부모들에게 대접을 받으신 뒤 학부모 입김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꼬라지를 보고 있자면 절로 욕이 나왔다.
승진할 만한 사람이 승진해야 하건만, 가르침은 여벌이고 승진 점수에만 목숨 거는 것들이 교장자리에 앉아있으니 뭘 기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일까 교장이라니 먼저 머리 숙여 인사는 하나 그건 연장자에 대한 예의 표시일 뿐 존중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공개수업을 한다 치면 사전에 제출한 것과는 다른 수업을 진행한다. 공모전에서 수상한 지도안을 통째로 복사해서 교실에 놓아둔다. 관리자랍시고 나에게 뭔가 지적질을 해야 하는데 전국대회규모 교육부장관상이란 타이틀이 박혀있으니 꿀 먹은 벙어리마냥 아무 말도 안 하고 넘긴다. 뭘 알지도 못하면서 관리자랍시고 나불대는 꼴이 보기 싫어서 의도적으로 행한 일이다.
종종 있는 회의 시간은 이제 웬만하면 참석하지 않는다. 가끔 어쩔 수 없이 불려 가면 귀를 닫고 상념에 빠진다. 차라리 개 짖는 소리가 듣기 불편하지 않으니 말이다. 언행 불일치를 몸소 실천하는 관리자 말을 20년간 참으면서 들어왔기에 참는 것에 한계가 온 것이다.
최근 8년간 자살한 교사들이 100명이 넘는다 한다. 그 많은 교사들이 생을 달리하기까지 분명 도움의 손길을 여러 번 내밀었을 것이다. 관리자라고 앉아서 자신의 자리 보존에만 몰두해 있으니 이런 사단이 일어난 것이다.
"울타리가 되어주지 않는 관리자, 책임지지 않는 책임자"
학교장이 필요한 존재의 이유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 자리는 이제 필요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