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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Aug 16. 2023

토닥토닥

위로


 "아빠!"

 "아니! 선생님!"

 성씨가 같고 혈액형까지 같다고 나를 아빠라 부르는 녀석이 있다. 다른 아이들에게 선생님과 혈액형까지 같으니 한집안이라고 헛소문을 퍼뜨린다.

 "저랑 혈액형도 같아서 좋아요."

 "당장 외계인 피라도 수혈받을란다."

 "왜요?"

 "너랑 혈액형 달라야 아빠 소리 안 듣지."


 너무 달라붙고 매달려서 좀 떨어뜨리려 했던 것이다. 출근길에도 달려와 와락 안긴다. 백허그도 빈번하다. 하지만 난 두 손을 높게 들뿐 아이가 좋아한다는 행동을 받아주지 못한다.

 안아준다는 행위가 나에게 어색하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성적 문제에 민감하다 보니 나로서는 안김을 당하는 행위조차 거북스럽다.


 방학 전 이 녀석과 다른 녀석의 분쟁이 발생했다. 양쪽 학부모가 극성이었다면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만, 그런 것은 아니기에 사건 전말을 물어봤다. 두 명의 당사자에게 의사타진을 했다. 부모님께 알리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너희끼리 해결할 것인지를 말이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해결하겠다 해서 알았다 했다.

 나에게 매번 매달리는 녀석이 입술을 씰룩거린다. 겉으로 사과는 했다지만 앙금은 남은 것이었다. 억울함만 호소했지만, 난 받아주지 않았다. 쌍방과실이 명확했기 때문이었다.

 감정도 받아주지 않으니 서운했나 보다. 하지만, 이건 부모 몫이다 싶었다. 또 안기면서 눈물만 흘린다. 이 작은 꼬맹이가 울길래 원하는 게 뭔지 물었다.

 아이 말로는 3년이나 상대 아이랑 같은 반이란다.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인데 내내 붙어있었던 것이었다. 내년에는 꼭 서로 붙지 않게 반배정을 해주겠다 약속했더니 더 펑펑 운다.

 '이걸로도 위로가 안되나?' 싶었다.

 이 녀석 눈물, 콧물 내 옷에 문지르며 붙어있다. 평상시 같으면 밀어냈겠지만, 우는 아이를 그럴 수는 없었다. 살짝 등을 토닥였다.

 "더 토닥토닥해주세요."

 그렇게 한동안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옷소매로 눈물을 훔치더니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 이후로 가끔 와서 안기면서 등을 토닥여 달란다. 자기 기분이 좋지 않으니 꼭 해달란다.

 집에 가서 엄마나 아빠한테 부탁하라 했더니 엄마는 무섭고 아빠는 멀리 계신다고 한다.

 아이는 위로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것이 하필 교사인 내가 되어 난 적잖이 부담스럽다.


 뭐만 있으면 아동학대고 성추행이라 하니 말과 행동이 조심스러운 마당에 안기기까지 하니 내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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