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이 몰려왔다. 물에 흠뻑 젖은 이불처럼 몸도 평상시와 달리 너무 무거웠다. 쉬는 시간 손등을 이마에 올리고 잠깐 눈을 감고 있었다.
비타민 같았던 아이가 쪼르륵 다가온다. 왜 그렇게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냐 묻는다. 머리가 아파서 잠깐 눈을 감고 있다 했다. 잠시 뒤 손을 내려보란다. 이마에 뭔가 차가운 게 달라붙는다. 눈을 뜨려 하니 손바닥으로 내 눈을 가린다. 이게 뭐냐 물었더니 까르륵 웃는다. 손을 들어 만지려 했더니 그것도 못하게 막는다. 아프면 가만히 치료받아야 한다면서 말이다. 이 녀석 나를 상대로 병원 놀이를 하고 있나 보다.
쉬는 시간도 곧 끝나기에 내버려 두었다. 이마에 붙었던 것으로 문지르기 시작하더니 어머를 외친다. 가루가 흩떨어지는 것을 보니 이마에 올려둔 건 휴지였나 보다. 이 녀석 화장실에서 휴지를 가져다 적셔서 내 이마에 올려둔 것이었다.
비타민 같았던 아이는 어디 가고 장난꾸러기 같은 아이가 코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