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heajigi Sep 17. 2023

비타민 같은 아이(5)

귓속말


 쉬는 시간이 되자 또 쪼르륵 달려 나온다.

 손짓을 하면서 보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말이다.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여보란다. 긴히 귓속말로 할 말이 있단다.


 중요한 말인가 싶어 두 손으로 무릎을 잡고 아이와 눈높이를 맞췄다. 귀에 대고 뭐라 속닥거리는데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간지러움에 내가 뒷걸음질을 쳤기 때문이다.

 다시 와달라며 손짓을 하기에 이번에는 제대로 말하기로 약속을 하고 허리를 숙였다. 간지럼을 겨우 참고 긴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선생님도 우리 아빠처럼 간지럼 타시네요. 후~"

 내가 간지럼을 타자 아이는 좋다고 까르륵 넘어간다.


 "OO이 큰일 났다."

 아이는 내 반응에 갸우뚱한다.

 "왜요?"

 "4개월 남았네."

 "뭐가요?"

 "교실에 같이 있는 날이지."

 아이는 내 입을 손바닥으로 틀어막는다.

 "내년에 많이 심심할 텐데."

 아이는 내 목에 매달리며 내년에도 같이 있어달라며 칭얼댄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타민 같은 아이(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